오늘도 생각이 많은 하루를 보내다 답답한 마음에 모자를 눌러쓰고 후드티 대충 입고, 뮬을 질질 끌고선 아파트 단지 공원과 동네 여기저기에 산책을 나갔다. 날이 흐리고 바람이 많이 불어 적당히 걷다가 들어가야지 했는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 걸은 것 같다. 걸었다고 하기엔 사실 사진을 찍는다고 쪼그려 앉아 있었던 시간이 더 길었던 것 같다. 날이 따뜻해지고 나니 여기저기 온 바닥이 꽃밭이다. 이름도 모르는 풀꽃들이 빼곡히 채워진 것을 보고 있자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워낙에 꽃을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그것들을 보고 있으면 괜히 설레는 기분이 들어서 한참을 들여다보고 나서야 자리를 옮기곤 했다. 늘, 그랬던 것 같다. 오늘이라고 다를 건 없었다. 잔뜩 시선을 빼앗겨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 사진을 찍었다. 친구들은 내가 이럴 때마다 할머니 같다고 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두리번두리번거리며 열심히 터벅 걸음을 걸었다. 그러던 중에 우리 아파트에 이런 것도 있었나 했던 것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같은 길을 산책하는데 어떻게 매번 이렇게 다를 수 있는 건지 새삼 신기했다. 원체 길을 다니면서 여기저기 보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구석구석 모르는 것이 없다고 자신했는데, 계절에 따라, 시간에 따라 매번 새롭다. 그렇게 신기해했던 게, 수국이었다. 벌써 수국이 필 시기가 된 것도 신기한데, 이게 이렇게나 가까운 곳에 있었다는 것을 몰랐다는 것에도 신기했던 것 같다.
사진을 찍고 보니 하트...♡
한참을 그렇게 열심히 걷고, 쪼그려 앉아 꽃도 보다가 커피가 마시고 싶어 져서 동네 카페에서 커피를 한잔 사들고 또 열심히 걸었다. 바람이 생각보다 세서 그만 집으로 돌아갈까를 고민하다 조금 더 걷기로 했다. 걷다가 지쳐 벤치에 앉으려고 다가가니, 등나무 꽃이 벌써 잔뜩 피었더라. 너무 예뻐서 한참을 보다가 그 자리에 털썩하고 앉았다. 멍하니 있다 발아래를 보니 바람에 날려 흩어진 등나무 꽃이 바닥 여기저기에 있었다. 떨어진 꽃잎들이 보랏빛이었고, 생긴 것은 마치 팝콘 같았다. 색이 너무 예뻐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갑자기 하트가 만들고 싶어 졌다. 그래서 흩어진 꽃잎을 주워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열심히 하트를 만들었다. 만들고 보니 혼자 보기 너무너무 아까웠다. 등나무 꽃의 색이 워낙 예뻐서 만든 하트도 예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열심히 사진에 담고, 혼자 아주 잘 놀았다는 것에 내심 뿌듯-. 언제나 그랬듯 나를 아는 사람들에게 사진을 전했다. 누군가의 일상을 비집고 들어가 이것 좀 봐봐! 하고 방해하고 싶은 마음으로 늘 사진을 찍었고, 늘 그 사진을 보여주고 싶은 사람들에게 열심히 보냈던 것 같다.
늘 같기만 한 일상에 스며들어 다른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툭, 오늘도 나의 시선을 그렇게 건넸다.
하트를 만들고 사진을 찍는 중에 옆에 우연히 떨어진 꽃잎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