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친 걸음을 걷는 것
약해진 걸음, 약해진 마음
약해진 인대를 겨우 힘주어 걸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인대가 약해서 디디고 뗄 때마다 발목에 진동이 그대로 느껴져 나는 분명 힘주어 걷는데 말이야 꼭 넘어지기 직전인 것처럼 흔들려. 다시 땅에 닿는 발에 온 신경이 곤두서. 혹시라도 바닥이 평평하지 않으면 그대로 짜릿한 발목으로 한 발을 더 내딛기가 너무 힘들어져서. 누군가와 기분 좋게 걷다가 잠깐 걷는데 집중을 못하게 되면 금세 또 삐끗해. 진종일 짜릿한 발목을 붙잡고 집에 올 때까지 잔뜩 예민한 채로, 신경이 곤두선채로 괜히 심술쟁이가 된 채로. 마음도 똑같은 거 같아. 넘어져본 적이 있고, 다친 적이 있어서 한발 한발 내딛는 게 어려운 거야. 다시 다칠까 봐.. 또 넘어질까 봐. 찢어질까 봐. 괜히 아무 일도 내게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잔뜩 예민한 채로 하루하루를 보내. 다시 넘어지기 싫은 마음에 말이야. 그래서 좋은 일도 좋아 보이지 않아. 그냥 그마저도 아무 일도 없었으면 좋겠다에 포함되는 거지. 정말 평온하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에 말이야.
참 슬픈 일이지 않니? 넘어져봤다는 게. 그저 경험이기만 한 게 아니라는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