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하지 않아도 될

듣는 이에게 색안경을 씌울 이야기

by maudie

왜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를 해? 왜 너의 과거를 굳이 이야기를 해? 어차피 저 사람들에게 너의 이야기를 가십거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잖아.


맞다.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 굳이 쓸데없이 나를 꺼내 놓지 않아도 되는 것. 하지만 내가 이야기를 하는 데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어쩌면, 나의 단점들을 쉽게 꺼내 놓는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아니,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다. 무거운 이야기고, 좋은 이야기도 아니다. 나에 대해 색안경을 충분히 낄 수 있는 이야기라는 것은 내가 더 잘 안다. 동정받고 싶은 생각은 없다. 안쓰러워 보이고 싶은 생각도 없다. 그저 나에 대해 묻는다면, 이 이야기들을 하지 않고서 나를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나를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꾸며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감춰야 하고, 감추고 싶을 수도 있다. 그런 이야기들이 많다. 유독 내 이야기들을 돌아보면, 조금 많이 무겁고, 조금 많이 어둡다. 하지만, 그게 나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를 하냐는 말에 늘 하는 답이 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를 먼저 하는 것은, 나중에 그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이 숨기고, 거짓말을 한 것이라 이야기를 들을까 하는 생각도 있고, 나중에 어쨌든, 나라는 사람의 진짜 모습에 대해 어디서 듣던 듣게 될 텐데, 나를 알고 지내는 사람이라면, 내 곁에 머물 사람이라면, 언제 나의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든 듣게 될 텐데, 그냥 내 입으로 먼저 이야기를 하고, 나는 이런 사람이니 불편하면 지금 멀어져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돌려하는 것이다. 내가 먼저 이야기를 하고, 안하고의 차이가 생각보다도 훨씬 크다. 그래서 나는 상대방도 나와 같길 바라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 사람의 굳이 알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를 알게 된다고 하더라도 달라지는 일은 없다는 것 안다. 물론, 때에 따라 색안경을 내가 끼게 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나중에 아는 것보다는 그전에 직접적으로 당사자에게 이야기를 듣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긍정적이다. 그게 좋은 일이던, 좋지 않은 일이던 그것에 대한 판단을 해서는 안된다. 그저 그 사람의 이야기일 뿐이다.


나는 나의 이야기를 감추지 않고 다 뱉어내는 편이다. 먼저 이야기를 한다. 사실은 내가 죽을 것 같아서 시작했던 일이다. 속에 감추고 이야기를 하지 않는 성격을 가진 사람이었다. 화가 나도 화가 난다 표현하지 못했다. 할 줄을 몰랐다. 내가 이런 일을 겪었다. 나에게 이런 일이 있다 말하지 않았다. 내 생각은 이렇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해서도 매우 조심스러운 편이었다. 그런 내가 이렇게 바뀐 이유가 있었다. 내가 죽을 것 같았다. 쌓고, 쌓고, 또 쌓다가 뻥 터지는 일이 빈번해졌다. 한번, 두 번, 세 번 쌓여갈 때마다 내가 닳아 없어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상대가 색안경을 낄 거라면, 그래 끼라지. 그럼에도 곁에 있는 사람이라면, 그래 내가 더 아껴주면 된다는 생각을 했다. 그게 어떤 관계여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누군가 내게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약점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하더라. 아니, 오히려 그 반대다. 나의 이야기가 약점이 된다면, 그걸 약점으로 잡는 그 사람을 걸러낼 수 있다. 나의 이야기가 약점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걸러내면 될 것이 아닌가. 마음에 쌓아두고 살다가 화병 나서 죽는 것보다 내 이야기 좀 하고 살란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도 때문이다. 약점으로 이야기를 한다라.. 사실, 그럴까 봐 내 이야기를 먼저 하는 것이다. 누군가 돌아서 내게 확인하지 않고, 가미가 된 그 이야기를 진실로 믿고 오해가 더 큰 오해를 불러오는 경우의 수가 더 많았다. 내가 직접 이야기를 하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가 엄청나게 컸다. 그럴 바에야 내입으로 이야기를 하고 말지.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나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굳이 나의 이야기를 숨기지 않는 것이다. 이것도 어쨌든 지금의 나를 만든 나의 과거다.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다고 해서 부정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이야기를 뺀다면, 지금의 나를 설명할 수도 없다. 다르게 가미된 이야기를 듣고 와 나를 오해하는 것보다, 직접적으로 내가 뱉은 이야기로 색안경을 끼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나를, 나의 이야기를 숨기지 않는다. 나의 과거가 있었기에, 지금의 나의 모습이 만들어진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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