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여전히 여고생처럼 웃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 웃음이 비록 촉촉함을 잃고 푸석푸석하지만.

by maudie

천 원짜리 머리핀 하나를 정성스레 골라 머리를 틀어 올리고, 여고생처럼 깔깔거린 하루 끝에 남는 건, 그때보다 못한 체력과 짧은 시간에 대한 아쉬움. 쉽지 않은 걸음에도 만나지 못한 반짝이는 문장이 가득한 책 한 권. 오래된 음악에 추억을 얹어 노래하고, 하루가 거품처럼 사라졌다. 작은 것 하나에 여전히 깔깔 거리며 웃을 줄 아는데, 우리는 무엇이 두려워 웃음을 아껴왔을까. 시간에 쫓겨, 일에 쫓겨, 사막처럼 푸석해진 마음을 가지고, 어둠에 가득 잠겨있던 우리. 그런 우리도 그저 얼굴만 보고도, 가벼운 농담 한마디에도. 이렇게 웃을 줄 안다는 것을. 우리는 어쩌다 잊고 있었을까. 물론 여고생 때처럼 촉촉하진 못하지만, 그래도 우리 웃을 줄은 아는 사람이었는데. 무서운 내일을 아주 잠시 내려놓고, 오늘만큼만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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