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이 그린 그림

바람을 따라 금세 사라지겠지, 너처럼

by maudie



매미가 우는 여름이다. 조금 이른 아침에 눈을 떠 돌아오지 않은 정신으로 전날 저녁 붙였던 향의 시쳇거리들은 치우고 향에 불을 붙인다. 새 창가로 들어오는 따뜻한 여름 바람을 따라 향은 이전에 그리던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한다. 금세 사라지고 마는 흐릿하고 옅은 그림을. 가만히 그 앞에 앉아 향이 그린 그림을 따라 시선을 옮긴다. 여전히 잠에서 멀어지지 못하고 흐린 정신을 억지로 깨우지 않고, 그저 가만히 그림을 따라간다. 그림은 금세 사라지고 말 것을 이미 알고 있기에 그 찰나의 그림을 놓치지 않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다. 향은 무슨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걸까. 무슨 마음으로 그림을 그린 걸까. 향이 그린 그림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치 출렁이는 푸른 바다의 물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바다의 물결이 저 향이 그린 그림과 같이 바람을 따라 쉬이 사라져 버리진 않겠지만. 가만히 매미 울음소리를 음악 삼아 그림을 감상하다 빛을 잃은 회색빛 하늘로 시선을 옮긴다. 저 매미 울음도 여름을 따라가다 금세 사라지겠지. 비가 오려나보다. 매미를 위로하려. 말도 안 되는 생각을 이리저리 옮기다 다시 본 향은 이미 자신을 태워 재가 되었다. 왠지 금세 사라지는 모든 것들이 서운한 여름이다.


마치 나의 여름이었던 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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