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서 색을 잃은 사람아

다시 한번 색을 채우고 싶어, 그럴 수 있다면

by maudie

벌써 기억 속 저 멀리 색을 잃은 사람아. 너는 내게서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이었는데. 색으로 따지자면 일곱 빛깔을 가진 무지개 같은 사람이었는데. 결국 너는 내게서 빛을 잃고, 색을 잃은 사람이 되고 말았네. 도무지 채워지지 않던 하얀 도화지 위에 잔뜩 예쁜 색으로 채울 때에는 정말 너란 사람이 너무너무 예쁘기만 했는데. 다 지나고 나니 참, 아무리 예쁜 색도 결국은 바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결국 너도 그냥 한 장의 흑백사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될 수 없는 거구나. 영원히 반짝거리고 영원히 예쁜 그 색으로 남아있을 수는 없는 거겠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한 게 뭔지 아니. 내가 너에게 참 감사한 일은, 하얗게 텅 빈 도화지를 가득 채워줬다는 거야. 비록 색이 다 바래 흐릿한 흑백 사진처럼 남아있을 지라도, 너의 색으로 가득 채울 수 있었음에 감사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색이 바래고, 빛을 잃을 것을 아는 상태로 선택을 하게 된다고 해도, 나는 아마도 같은 선택을 할 것 같아. 빛을 잃고, 색을 잃어도 말야. 나는 나로 다시 한번 가득 채우고 싶어. 부정하고 싶어도 부정할 수 없을 만큼, 그때의 너는 내게 참 예쁜 사람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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