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하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더 사랑하게 되고 더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록 나는 더 깊은 늪에 빠진다.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여전히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을 사랑하고 있으면서도 잘 모르겠다. 분명 그 사람의 마음에는 이제 내가 있을 곳이 없다는 것을 아는데도 왜 멈춰지지 않는 것인지. 도대체 왜 그 사람을 미워할 수 없는 것인지. 고장 나 버린 마음도, 머리도 여전히 물음에 답하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다. 스스로가 낯설어진다. 물음에 나는 그저 답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 물음을 피하고 있는 것일까. 애매한 답이라도, 이게 내 답이라며 내어놓고 싶은데. 그 애매한 답조차 할 수 없다. 점점 더 낯설어지는 나를 보면서 나는 어떻게 답을 낼 수 있을까. 차라리 미워할 수 있다면 좋았을까. 미워하려고 애쓰면서도 미워할 수 있다면 좋았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은 사방에 점점 더 퍼지는데 그 꼬리를 잘라낼 답 같은 것은 애초에 할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