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내 모습이 질린다면 그건 애초에 너는 내게 마음이 없었다는 것과 같다. 그냥 처음엔 그런 내가 신기했겠지. 그다음엔 그런 내가 고마웠을 거야. 그리고 그다음엔 이제 당연해지기 시작했겠지. 내가 너를 마음에 둔 것이 너무도 당연한 일이 된 거야. 그러고 나서는 변하지 않는 나를 보고, 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말하는 나를 보고 이제는 지겨워지는 거야. 그건 결국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와 같은 말이 아닐까. 어쨌든 결론은 그렇게 났으니까.
그래도 원망하지 않을게. 네가 저런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나는 우습게도 너를 사랑한 나를 사랑했었어. 비록 이런 결론이어도 내 마음이 바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었어. 그러니 원망은 않을게. 너를 사랑하는 동안 참 많이 행복했으니까. 그걸로 됐으니까. 그리고 네가 이제는 사랑이라고 말을 할 때쯤 나는 네 곁에 더는 없을 거야. 그때부터 시작되겠지 너의 사랑은. 오래 남을 거야. 내가 너에게 남긴 사랑들이 너를 지독하게 슬프게 할 거야. 내가 너를 원망할 이유가 없는 것도 그 때문이겠지.
사랑했어. 참 많이도. 너를 사랑한 것도 맞지만, 너를 사랑했던, 그저 너이기에 사랑을 했던 나를 사랑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