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러 가는 길이 설레지 않은, 유일했던 날

by maudie

당신이 아프대요. 아파서 하루 종일 연락이 잘 되지 않았어요. 겨우 잠든 사람이 깰 때마다 연락이 오긴 했지만요. 미리 예매해뒀던 영화를 취소할까 잠시 고민을 했어요. 차마 취소는 못하고 엄마랑 함께 영화를 보러 갔어요. 영화를 보러 가는데 어쩜 하나도 설레지 않았어요. 다행히도 세편의 영화 중 첫 번째 영화가 끝나자마자 괜찮아졌다는 연락이 왔어요. 그 이후에 영화들은 정말 재밌게 봤어요. 웃기죠. 어쨌든 영화를 보러 가는 것이 설레지 않았다는 그건 나에게 있어서 굉장히 큰 일이에요.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걸 사랑하는 사람이 그걸 사랑하지 않는 순간이 온다는 건요, 정말 생각보다도 엄청 큰 일이라고요. 요 몇 년 사이 그 어떤 것도 그런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 없었어요. 사람도 물론이고요. 참 신기한 사람이에요. 머릿속에 자리하고 앉아, 내가 자꾸만 다른 사람이 되게 하네요. 매 번, 매 순간. 당신을 알고부터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