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의 마음으로 가 내내 자리를 하고, 내가 그 자리를 뜬다고 해도 흔적이 되어 다시 자리를 하게 되는 일이 생긴다는 것은 생각보다도 퍽 따뜻하고 다정한 일이리라고. 내내 떠오르는 어떤 시간의 한 줌의 흙, 아니 모래알이 된다고 한대도 좋다. 그 사람의 품에 작은 모래알 한 알이 되더라도 나를 그 품에 남길 수만 있다면. 꼭 그의 마음에 살아있지 않아도 좋다. 내가 그의 품에 살아 숨 쉬지 않는 어떤 것이어도 좋다. 그저 작은 점일지라도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 사람의 품에 무엇이 되길 바라기보다 어떤 흔적이라도 되길 바란다.
내가 잊힐 때쯤엔 다시 눈앞에 거슬려 잊히지 않기를 소망한다. 괜한 미련과 미움이 아니라 당신의 시간에 나라는 것이 분명 스쳐 지나갔대도 존재는 했었다는 것을, 잊을만할 때쯤마다 찾아가 알려주고 싶다. 거슬리고 싶다. 그저 그러고 싶을 뿐이다. 미련과 미움 따위가 아니라 그냥 그 시간에 스쳤던, 남았던, 어떤 형태로든 존재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