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볼

by maudie

스노우 볼을 뒤집은 듯이 눈이 나렸다. 살아오면서 이렇게 굵은 눈을 몇 번이나 마주했을까. 가만히 카페에 앉아 사람들의 수다를 배경 삼아 나리는 눈을 보고 있으니 괜히 추위가 달아나고 온기가 느껴졌다. 눈은 다행히 쌓일 만큼 오래 나리지 않았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눈으로 덮인 길 위에 미끄러운 걸음을 걷기엔 부족한 다리를 가진 탓에 사실 눈이 나리는 내내 불안했다. 그친 눈에 안도하고 다시 눈이 나리기 전에 집으로 가야겠단 마음이 나를 재촉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시 눈이 한참 나렸다. 미끄러운 길을 걸으려니 조금 많이 긴장한 상태로 걸었다. 그렇게 한 시간 즈음 걸려 집으로 돌아오니 나는 이미 녹초가 되어 있었다. 예쁜 눈을 만났는데 기쁜 것은 아주 잠시뿐이라니 조금 슬펐다. 어린아이처럼 맘껏 뛰고 깔깔대고 넘어지고 할 수 있었으면 이런 걱정 따위 집어치우고 신나게 뛰놀았을 텐데. 살아오는 내내 생각보다도 많이 낡아 버렸다. 나보다 더 어른들이 이런 말을 들으면 콧방귀 뀌겠지만, 웃어 넘기기엔 많이 슬플 정도로 나는 또래에 비해 낡아버렸다. 그래도 유리벽 하나를 앞에 두고 나리는 눈을 보고 있으면 여전히 설렌다. 눈이 잘 나리지 않는 곳에서 살았던 나는 겨울만 되면 눈이 나리는 이곳에서 꽤나 오랜 시간을 지내는 중이지만 눈이 신기하고 잔뜩 설렌다. 설렘만큼 두려움이 커져버렸지만, 여전히 아이같은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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