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 대한 생각

by maudie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근황 토크를 했다. 그리고 역시 빠질 수 없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내내 우리가 한 얘기들은 역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얘기였다. 나와 친구는 적지 않은 나이 서른셋이 되었다. 우리는 나름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잘 살아온 건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겠다고 할 정도로 스스로가 잘 살아온 거라고 확신을 하진 못했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누군가를 알게 되고 만나고 새로운 관계에 대한 정의를 만드는 데에 있어서 조심스럽다 이야기했다.


확신이 없는 애매한 관계에 대해 굉장한 불안이 있는 나에게 친구는 공감하지 못하는 듯했으나 막상 그 관계에 대한 생각을 듣더니 자신도 그렇다고 했다. 나이가 들면서 관계에 대해 조심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애매한 관계로 감정과 시간을 낭비하기엔 우리는 나이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그리 많은 나이는 아니겠지만 여자 나이로 서른셋이면 사회적으로 적은 나이는 아니기에. 확신이 없는 관계는 낭비라는 것이 결국 우리의 결론이었다. 어떤 확신도 없이 누군가를 만나고 누군가와 같이 밥을 먹고 누군가와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다음이 없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 그렇다면 굳이 감정과 시간, 돈 모든 것을 낭비할 이유가 없다.


흔히 어른들이 말하는 결혼 적령기에 들어선 후로 그런 것들이 더 중요해졌다. 어떤 형식으로든 확신은 필요했고 명확하지 않은 것에 나를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처음엔 나만 그런 것처럼 공감하지 못하던 친구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도 그렇다 공감했다.


나이가 들고, 이 사람 저 사람 만나 오면서 참 많은 일들을 겪었다. 그러고 나서부터 관계에 유지가 마음이던 몸이던 체력 낭비에 감정 낭비가 된다고 여겨지는 순간부터는 상대와의 관계 유지에 애쓰지 않게 되었다. 아마도 그 선은 20대에서 30대로 넘어오면서부터가 아닐까 싶다. 우리는 그 문제에 대해 한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쏟아낸 것 같다. 관계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것이 어려운 사람과는 굳이 애쓸 필요가 있을까.


누군가를 만나 상대가 관계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 말을 했을 때에 그것에 대해 온갖 핑계를 가져다 댄다면 분명 그 사람에게 당신은 그 사람의 내일에 없는 사람일 수 있다 생각한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확신을 가지고 싶다는 말에 같은 마음이 아니라면 굳이 당신을 낭비할 필요가 있을까.


우리의 생각이 꼭 맞다는 말은 아니지만, 우리가 살아오고 경험해오면서 그 경험으로부터 온 생각들이 이랬다. 어렸을 때처럼 경계에 서서 재고 따지고 한참의 시간을 그 사람의 속된 말로 간을 보고 그런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결국 그 사람을 얻기 위해 자신이 보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면을 보이려 애쓴다. 그리고 관계에 대한 확신이 생기면서부터 서서히 진짜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그 모습에 차이가 있는 사람들이 있더라. 그래서 굳이 재고 따지고 하는데에 낭비할 필요가 없다 느꼈다. 물론 오히려 나이를 먹어가며 더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이야기들을 참 오래도 나눴던 것 같다. 어쩌면 참 별것 아닌 이야기들이겠지만 지나고 보니 우린 참으로 치열하게도 이야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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