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maudie

술술 잘 읽히는 책과 읽다가 자주 멈추게 하는 책, 그리고 도무지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지지 않는 책. 내가 생각하는 책의 부류는 이렇게 세 가지다. 그리고 역시 가장 좋아하는 책은 술술 잘 읽히는 책이다. 술술 잘 읽히는 책을 만나면 읽는 내내 기쁘다. 종종 혹은 자주 멈추게 하는 책도 좋다. 그런 책들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한 문장을 쥐고 참 많이도 곱씹게 하는 것. 어쩌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책으로 쓴다면 이런 책이 되었으면 싶다. 누군가에게 공감도 되면서 자꾸 생각에 자극을 주는 것. 얼마나 영광인가. 마지막으로 도무지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지 않는 책이 있다. 그런 책을 만나면 조금 책에게 미안해진다. 어쨌든 책은 읽히기 위해 태어났고, 내게로 왔으니 읽히고 싶은 게 당연할 텐데 도무지 넘기지 못할 때에는 괜히 미안해진다.


나는 책 욕심이 상당히 많은 사람이다. 그렇다고 빨리 책을 읽을 수 있는 편은 아니다. 천천히 한 페이지를 최소 두 번은 읽어야 넘어가는 사람 중 하나다. 이해를 하지 못하면 다음 페이지는 없다. 오히려 다시 이전 페이지로 돌아간다. 다 읽지 못한 책들이 책꽂이에 수십 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새로운 문장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에 서점에 들러 내 마음을 건드리는 게 있나 탐색하곤 한다. 그리고 문장 하나라도 마음에 들면 그대로 데리고 온다. 아직 읽지 못한 책과는 전혀 상관없이.


책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책을 사는 것을 좋아한다. 사는 것 이전에 탐색하는 것을 즐긴다.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날 때의 희열은 어떤 것에도 비교할 수 없다. 굳이 비교를 한다면, 꽃을 볼 수 없는 차갑고 무채색이 가득한 계절에 눈부시게 아름다운 꽃을 만나는 일 같은 느낌이다. 이렇게 말하면 조금 이상하려나. 아니면 아주 추운 겨울날 한참을 걷다가 따뜻한 곳에 들어가 따뜻한 차 한잔을 하고, 그 앞 통유리창을 통해 따스한 햇빛이 부서져 들어와 나를 녹이는 것 같은. 어쨌든 만나기 어려운 곳에서 만난 아주 귀한 어떤 것. 그리고 그걸 만난 기쁨에 비교할 수 있겠다. 물론, 굳이 비교를 해야 한다면 말이다.


그리고 나는 가장 최근에 아주 술술 잘 읽히는 책을 만났다. 하태완 작가님의 '아무런 대가 없이 건네는 다정' 이라는 책. 또 그런 책을 만나고 싶은 마음에 여전히 집 밖을 나갈 때마다 부러 서점에 들러 한참의 시간을 보내곤 한다. 얼른 연휴가 끝나면 좋겠다. 새로운 책을 만나러 갈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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