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그덕 대는 낡은 기억에 억지로 사포질을 해 더 아프게 깎아낸 다음, 새로 끼워 맞추는 나사에 이번엔 조금만 더 오래 머물라고 본드를 담뿍 바른다.
오랜 시간을 지나온 기억을 붙들고 굳이 이러고 있는 나도 참 우습지만, 다 닳아 없어지더라도 그 기억 역시 나의 일부이므로 차마 버리지 못하고 쥐고 있다.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나의 시간은 흐른 게 맞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조금은 씁쓸한 뒷면을 가리고 새로운 이야기는 쓰지도 못한 채로 여전히 그대로 둔다.
언젠간 새로운 이야기를 쓸 수 있다면 내 시간을 읽고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좋겠다. 상처가 참 많은 사람이군요. 그냥 그 정도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과 새 이야기를 내일의 나는 감히 쓸 수 있을까 싶지만 또 그런 희망이 없으면 분명 어제의 나를 여태 쥐고 있지도 못했을 거다. 그렇다고 어제의 나를 없던 셈 치고 굳이 애써 완전히 지워버리고 싶지도 않다.
그저 흘러간 이야기고 닳아진 시간인데 그걸 쥐고 있다고 한심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해 보이고 싶다. 이건 그냥 나의 시간을 쓰는 일이다. 마치 일기를 쓰듯이. 꾹꾹 눌러쓴 글을 아무리 지워도 흔적이 남듯이, 내가 뱉는 문장들은 그냥 그런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