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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Nov 20. 2020

단점 투성이

굳이 먼저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

나는 단점이 많은 사람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장점이 없는 것이 아니다. 장점은 단점만큼 많은 사람이다. 에엠.


나는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지금은 기록하는 일도 좋아한다. 글을 쓰다 보면 단점을 노출하는 글들을 종종, 자주. 많이. 쓰는 것 같다. 누군가와 대화할 때도 글을 쓸 때도 늘 한결같은 게, 좀 치명적이다. 단점이 많지만 장점도 많아서 매력적이지. 에엠. 사실은 이런 나도 나의 단점을 노출하는 일이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나는 '너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얘기 들을 하네.'라는 이야기들을 종종 듣는다. 나도 사람인데 정말로 아무렇지 않기만 할까. 단지 '내 단점들도 나니까.'라고 생각하기로 마음먹으니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내 단점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나를 떠날 사람이면 나도 곁에돌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단점들을 애써서 숨기려고 하면 정말 평생 숨길 수 있다. 이런 문제들을 가지고 있고, 나는 이런 경험들을 해왔으며, 건강상의 문제로 이런 것들이 있다. 솔직히 이런 얘기를 한다는 것도 또 다른 편견을 불러 올 수도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쉽게 말할 수 없다. 나도 이야기를 하면서도 이런 얘기 들을 정말 해도 될까 과연 이 얘기들이 어떤 편견을 불러올까.라는 생각들을 수십 번도 더 하는 것 같다. 근데 반대로 내 이야기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무심코 가지게 된 편견들이 깨질 수도 있지 않을까. 내 주변에는 이런 사람도 있구나, 내가 함부로 이렇다 라고 생각해서는 안 되겠다. 오, 이렇게도 생각을 해볼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계속하게 되는 것 같다.


특히 걷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썼을 때의 마음이 그렇다. 내가 걷는 것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글을 시작했지만, 결국은 내가 가진 단점을 또 지루하게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그 지루할 수도 있는 이야기가 누군가의 편견을 깰 수도 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도 했다. 겉으로 보기에 아주 멀쩡하고 건강한 사람도 그런 문제가 있을 수 있겠구나. 내가 가진 생각들이 누군가에게 편견이 될 수 있고, 내가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편견들이 누군가에게는 비수가 되어 꽂힐 수 있겠구나 하는 것들. 그런 생각들을 가질 수 있게만 된다면 그건 정말 더할 나위 없이 뿌듯한 일이겠다고 하겠다.


나의 이야기를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단점들을,  어떻게 보면 평생 숨기고 싶은 이야기들을 한다는 것이. 나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이. 하지만 내 이야기로 누군가가 편견을 깰 수 있게 도움이 된다거나, 누군가의 마음에 은근한 위로가 될 수 있다면, 나는 멈추지 않고 또 내 이야기를 하겠지. 나를 통해 아주 미미 하게나마 미미함 속에서 더더더 미미하게나마 생각의 변화가 생기길 바란다.


물론, 편견을 깨기 위해 꺼낸 이야기들로, 나에 대한 더 큰 편견을 만들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나는 오늘도 단점을 떠든다.

    








( 사실 이러다가 정말 연애도 못하는 거 아닌가 슬 걱정됨 ; (  힝. 어쩔 수 없지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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