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도, 사진도, 어떤 기록도 남기지 않은 어느 날. 누군가의 연락도 귀찮아 종일 잠을 청했다 거짓말을 한 날, 내게도 그런 날이 있었다. 내가 살아있다는 흔적을 남기지 않은 몇 시간 그리고 하루. 종종 시간을 단위로 나는 나를 죽인다.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숨긴다. 별다른 이유도, 별다른 생각도 없이 그냥 그렇게 나는 그 시간에 존재한 나를 지운다. 마치 잠시 정말 사라지기라도 한 것처럼. 종종 아니 자주.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 때면 조금 더 자주. 믿는다. 순간의 나는 정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그렇게.
나는 왜 내게 그런 '짓'을 하는 걸까.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그리하여 얻고자 하는 답은 얻었을까. 나는 내게 물었다. 혹시 순간의 불행이 나를 삼킨 건 아닐까. 그저 답이 필요했던 것뿐인데, 스스로 던진 물음에 도무지 답을 할 수가 없다. 그냥, 나는 그저 나의 시간을 잠시 지워뒀을 뿐이라고, 그것으로 완벽한 쉼이길 바랐다고 그렇게밖에는.
그리하여 나는 완벽한 쉼이라는 포장으로 종종, 자주 나를 죽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