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지아

그냥, 그립나 보다

by maudie


길거리에 프리지아가 조금씩 많아지면, 나는 곧 봄이 오려나보다 라고 생각했다. 예전에 욕심도 용기도 가득했던 나이에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에서 자취를 했었다. 화정역 앞에는 퇴근 때쯤 가면, 항상 꽃트럭 아저씨가 있었다. 3번 출구였던가, 구청을 가는 방향의 출구로 올라오면 요일은 명확치 않지만 일찍 퇴근하는 날엔 늘 계셨다. 그리고 봄이 올 때 즈음엔 늘 프리지아가 트럭 바구니 가득 담겨있었다.


- 안녕하세요, 아저씨! 오늘도 3천 원 치만 주세오!

- 여기, 아가씨 좀 더 넣었어-

- 오와! 감사합니다앙!


프리지아가 나오면 프리지아가 들어갈 때까지 트럭을 만날 때마다 3천 원 치를 사곤 했다. 사장님은 더러 꽃을 들고 퇴근하는 내가 귀엽다며 손에 조금씩 더 쥐어주시기도 했다. 왜 그렇게 프리지아를 좋아했는지. 프리지아가 안 보이기 시작할 즈음엔 나는 스토크를 종종 사곤 했다. 가끔 아저씨가 오늘은 장미가 예쁜데 왜 장미는 안 사냐고 물으면, 전 누구나 좋아하는 장미보다 눈을 감고도 무슨 꽃인지 알 수 있는 꽃이 더 좋아요,라고 했다.


그냥 문득, 프리지아를 만나니 그때가 생각이 났다. 쥐뿔도 없어도 용기 하나로, 오기 하나로 뭐든 열심히 하던 내가. 열정으로 똘똘 뭉쳐 누구에게도 지지 않던 내가.


그냥, 그립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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