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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Nov 17. 2020

각자의 자리에서 보낸 1년

잠깐의 여유, 그렇게 다시 각자의 자리로.

우리는 그렇게 헤어져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1년의 시간 동안 바쁘게 지냈다. 나는 그동안 가족과의 관계에서 안 좋은 일이 있었고, 우울증에 시달리며 오랜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그러던 중에 2년이 조금 넘는 시간을 만났던 남자 친구 와도 좋지 않게 헤어졌다. 안 좋은 일은 한꺼번에 온다고, 많이 아팠다. 마음을 추스르는 동안 그렇게 시간은 빠르게 흘러 2019년 6월이 되었다. 

가족과의 불화도 있고, 오래 만나던 남자 친구 와도 헤어지고. 여러 가지 슬프고 아픈 일들이 겹쳤지만, 이상하게도 엄마는 멀리 할 수 없었다. 그 이후로도 거의 2년이라는 시간 동안 가족을 멀리했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엄마랑은 왕왕 만나 실없는 소릴하고, 이유 없는 걸음을 함께 걸었다. 

엄마가 열심히 마음의 문을 두드렸다. 엄마는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는 사람. 어려서부터 봐 온 엄마는 늘 유리알 같았다. 못 된 말도 많이 하고, 미안한 일이 많았다. 그때마다 엄마가 마음을 똑똑 두드렸다. 그렇게 엄마랑 이곳저곳 많이 다녔던 것 같다. 물론 지금 개인적인 일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 까지도. 엄마는 내 곁에서 내 마음이 닫혀버리지 않게 애쓴다. 생각만 해도 미안하고 마음 아프지만, 지금의 나는 쉽지 않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시간을 보냈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물론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내가 아프고 힘들었다는 이유로 망구가 힘들었던 그 시간에 내가 함께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미치도록 가슴 아팠다. 옆에 있어주지 못했어. 니 옆에 있었는데, 근데 나는 너를 지켜주지도, 가만히 안아주지도 못 했어. 미안해.

어쨌든, 우리는. 서로 그간 만나자고 이야기는 매번 했지만, 시간을 낼 수 없었다. 어떤 이유였는지는 몰라도 힘들어하고 있는 서로를 느꼈기에, 힘들다고 이야기를 꺼낼 수도 없었던 것 같다. 1년여의 시간이 지나고 어느 정도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그간 힘들다는 말도 못 하고 서로를 위해 울음을 감추고, 우리는 그렇게 다시 만났다.

나는 스타필드에 위치한 카페에서 근무를 했고, 김망구는 앞서 이야기했던 케이크 회사를 여전히 다니고 있었다. 두 회사는 고양시에 위치해 있었고, 도보로 10분도 채 되지 않는 위치에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우리는 각자 회사에서 퇴근을 하고, 기분 좋게 라멘과 돈가스 세트에 생맥주 한 잔씩 곁들여 먹고 마셨다. 

오랜만에 만나서 마신 맥주는 달고 시원했다. 1년 만에 만났지만 우리는 여전했다. 날은 더웠고, 스트레스는 뜨거웠지만 김망구를 만나 마음은 시원 해졌다. 우리는 신나게 떠들다가 스타필드가 문을 닫는 10시가 되어서야 헤어졌다. 종종 우리는 퇴근시간이 겹치면 만나 맥주도 한잔씩, 커피도 한잔씩 하며 실없는 농담을 하고는 했다. 그렇게 만나던 우리는 각자의 일이 바빠졌다. 우리는 다시 자신의 위치로 돌아가 일에 미친 사람처럼 빠져 지냈다. 

카페 일을 하느라 출퇴근 시간이 명확 치도 않고, 휴무도 명확하지 않았던 터라 일을 하면서 만난다고 하면 이렇게 짬짬이 시간을 내서 밥 한 끼 하는 게 다였던 것 같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여행을 같이 여행이나 가자고 맥주 한잔에 먼 미래를 약속했다. 그렇게 또 한동안 우리는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살아내느라 바쁜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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