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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Nov 17. 2020

직장동료에서 친구로

망구가 내 앵글에 들어왔다.

사실 할망구는 기억할지 모르겠다. 그때 홍대에서 만나 식사를 하기로 하고 얼마나 설레었는지. 바깥에서 만나서 직장동료에서 진짜 친구가 된 건 이때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홍대에서 유명하다는 레이 식당이라는 곳에서 먹은 일본식 파스타와 오므라이스. 사실 별 기대 없이 갔었는데, 와 진짜 맛있었다. 닭가슴살 스테이크가 올라간 톳 파스타는 내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정말 맛있었다. 누군가 이 글을 읽고 이곳에 가게 된다면, 꼭 톳 파스타를 먹어봤으면 좋겠다. (지금은 홍대에 있던 매장이 정리되었다는 소식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우리 둘 다 유난히 인형을 좋아한다. 그래서 망구랑 함께 들르던,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인근에 위치한 카카오 프렌즈 샵. 이때 찍은 사진이 아마 서른 장쯤 되지 않을까? 여고생처럼 깔깔거리면서 신나게 놀았는데. 결국 비싸다고 눈물을 머금고 나와야만 했지. 이때부터 김망구 네가 내 앵글에 들어오기 시작했어.

레이 식당 ( 홍대 1번 출구 인근) 망구와 내가 직장동료에서 친구로 전환되는 시점, 우리가 함께한 첫 식사.



 우리는 그렇게 아주 오랜만에 만나 홍대입구역 1번 출구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레이 식당이라는 곳에서 톳 파스타와 오므라이스를 나눠 먹고, 카카오 프렌즈 샵에서 신나게 깔깔거리고 놀다 연남동으로 넘어가 꽃다발 하나씩 사 들고 예쁜 거리를 걷고, 카페에서 시원하게 커피도 한잔하고. 프로모션으로 진행했던 연남동의 제주맥주 행사장에서 열심히 줄을 서서 감귤 맥주를 마셨다. 오랜만에 만나 어색할 거란 생각은 와장창 깨지고 서로가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털어놓고 열심히 다녔던 회사 욕도 하고 신나게 떠들었다. 제주맥주를 마시고 아쉬워서 연남동에 위치한 어느 작은 PUB에서 우리는 한 잔씩 더 나눠 마셨다. 가지 튀김과 감자튀김을 안주삼아 한라산에 토닉워터를 넣은 술을 신나게 마시고 헤어졌다. 이른 시간부터 만나 열심히 먹고 열심히 걷고 열심히 떠들었음에도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가서 아쉽기만 했던 그날. 

김망구도, 나도. 얼굴을 보지 못하는 동안 개인적으로 직장과 관련한 일들을 포함해서 여러 가지로 좋지 않은 일들이 있었다. 우리는 서로의 힘든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을 술 한잔에 털어 넘겼다.

아마도 우리는 그동안 참아왔던 눈물을 눈물 대신 웃음으로 털어버리려고 했던 게 아닐까 싶다. 날이 참 좋았다. 하늘은 파랬고, 더운 날이었지만 바람은 살랑살랑 선선했다. 우리는 그렇게 다음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 후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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