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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Nov 17. 2020

김망구와 이할매

우리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됐다.

우리는 서울에 위치한 가산디지털단지 안의 작은 케이크 제조회사에서 만났다. 우리는 사실 서로의 첫인상이 ‘쟤는 뭐야. 뭘 째려봐’ , ‘오우, 센 언니다.’ 였다고 이야기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우리는 서로를 경계했고 서로가 친해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명확하진 않겠지만, 2014년도 겨울에 케이크 제조 회사에 재입사를 하게 되었다. 나는 사실 경상북도 구미시에서 21년간 살면서 학교도 다니고, 대학도 대구에서 나왔는데, 거기서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이 서울로 상경해 처음 일했던 회사라 같이 일을 하다가, 회사가 당시만 해도 너무 비위생적이었고, 그때 내 선임으로 있었던 사람이 인격적으로 모욕감을 주는 일이 많아 견디지 못하고 퇴사를 했다가 어째서 그 회사를 다시 들어가는 결정을 했는지 이해가 되질 않지만, 지금 와서 핑계 삼아 이야기를 한다면, 아마도 김망구를 포함해 아직도 나를 생각해주는 예쁜 인연들을 만나기 위해서가 아니었을 까.

어떤 이유였는지 김망구도 2015년 2월 그곳으로 재입사를 결정했고, 우리는 아주 낯선 인사를 하게 되었다. 나는 처음 김망구를 봤을 때, 눈이 좋지 않아서 찡그린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던 이 아이를 오해했다. 사실 김망구는 시력이 그 닥 좋지 않아 무언가를 볼 때 인상을 쓰는 버릇이 있었던 것뿐이었지만, 나는 김망구와 대화도 일절 하지 않았고, 우리는 그렇게 회사가 이전을 할 때까지 멀리 지냈다. 같은 공간에서 일을 하면서도 서로를 불편하게 대했다. 거기가 사실 서로를 멀리 할 수 있을 만큼의 공간이 되지 않고 살이 닿을 수밖에 없었음에도. 그렇게 우리 둘은 각자의 이유로 재입사를 하게 된 그 회사에서 만났고, 그해 9월 서울 가산 디지털 단지에 위치했던 작은 케이크 회사는 고양시 삼송동에 위치한 테크노 밸리로 이사를 하게 되었고, 그 일을 계기로 친해지게 되었다. 서로를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지속적으로 펼쳐졌고, 우리는 그렇게 친해지게 되기도 했고, 도리어 멀어지기도 했다.


회사가 안정적으로 되기까지의 긴 시간 동안 우리는 많이 부둥켜안고 울었고, 또다시 서로 으쌰 으쌰 하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2016년 여름 즈음에 회사에 큰 화재가 났고, 함께 열심히 수습을 하다가 회사에 있는 한 사람의 잘못된 판단과 행동으로 실망하고 2016년 겨울, 함께 했던 사람들을 뒤로하고 퇴사했다. 그렇게 우리는 뿔뿔이 흩어졌다. 그리고 그렇게 얼굴을 보는 시간이 줄어든 만큼 멀어졌다. 뭐, 간간히 커피 한잔 하긴 했지만 그게 다였다.

그리고 2018년도 6월. 우리는 다시 만났다.                  


 -여전히 김망구와 이할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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