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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Nov 17. 2020

이할매

나는 이할매다.

나는 이 할 매고, 이 퉁퉁이고, 퉅퉅이고, Maudie고, 신데렐라다. 살아오면서 여러 가지의 별명과 애칭이 생겼다. 그만큼의 애정을 받았다고 해두자. 나는 커피를 좋아하고, 에세이를 주로 읽으며, 산책과 여행을 좋아하고, 내 시선과 생각을 담는 일을 좋아한다. 

 내가 본 시선을 담은 사진들과 내 생각들을 담은 책을 내는 게 내 꿈이었다. 그리고 그 꿈에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있었다. 처음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알아오면서 딱히 꿈에 대해 이야기를 할 일도 없었던 사이. 하지만 함께 여행을 하고 생각들을 공유를 하고, 안타깝지만 공감대가 형성되는 일들을 많이 경험하면서 더 의지하게 된 사람.

 공감대가 형성되는 좋은 일들도 많지만, 안 좋은 일들도 많았다. 그래서 뭔가 더 의지하게 되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여행을 함께 시간이 나는 대로 가기로 했다. 그리고 정말 함께 떠났다.

 여행이 딱히 멀리 가야만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당시에 너무 힘들어서 시작 한 여행을 필두로 조금 멀리 함께 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여행이라고 하는 게 싸우기 쉽고, 의견의 충돌이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는 부분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친할수록 조심스러워진다. 친할수록 불편하다고 말하기 어려워지므로.

나는 그 시간을, 내 시선을 담는 것을 좋아한다. 예를 들면, 사진이라던가, 영상 같은 것. 솔직히 영상도 좋아하지만, 나는 사진을 좋아한다. 영상은 시간의 흐름이 담겨있기 때문에, 영상만의 매력이 있기 하지만, 뭔가 사진과는 다르다. 사진은 그 순간을, 그 시간을 가두어 놓는 거라고 생각해서 훨씬 좋아한다. 영상으로는 차마 담아낼 수 없는 어떤 것.

뭐,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다. 영상은 그 순간을 통째로 담아낼 수 있고, 사진에 차마 담지 못하고 우리가 놓쳤을 수도 부분을 담을 수 있으니 훨씬 의미 있다고 말이다. 사진에는 담아낼 수 없는 어떤 것이 반드시 존재한다. 하지만 분명 사진도 영상에 담아낼 수 없는 찰나의 아름다움이 존재한다. 나는 그 시선을, 놓칠 수 없는 그 순간을 담아 놓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어딘가를 가게 되거나, 어떤 것을 하게 되면 항상 사진으로 기록을 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내가 본 예쁜 것들을 또 보고 싶다는 아주 단순한 생각이었고, 그다음은 내가 기억을 하지 못하므로 잊어버리지 않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습관 덕분에 누군가와 함께 한 시간과 그때의 내 시선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것들을 보고, 내 생각들을 남겨 둔 내 SNS를 보고 함께 여행을 하던 친구가 너라면 분명 글로도 사진으로도 사람들에게 예쁨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여행을 하던 중에 이것저것 찍은 사진들, 그리고 습관적으로 내 앵글에 담긴 친구의 모습들. 그런 내 시선들을 친구는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 말 한마디에 나는 꿈에 다가갈 용기를 얻었다.


 생각보다 어렵고, 또 답답했다. 내가 하는 이야기들이 다른 사람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을 까. 그런 생각들이 가득 차기 시작하면서 생각을 담는 일을 잠시 미루었다. 그렇게 얼마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개인적인 일들이 겹치면서, 여행은 더 함께 하기 어려워졌다. 그렇게 오랜 자취생활을 마무리하고 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돌아왔다. 

 함께 여행을 하던 친구와 거리가 멀어지면서 만나지 못하게 되었고, 일을 쉬고 있어 시간이 넘쳐남에도 불구하고 다리가 네 개가 되어버려서 친구를 만나러 갈 수 없게 되었다. 목발을 짚고 두 시간을 달려 친구를 만나러 가는 일은 사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니까. 그렇게 두 달쯤 쉬고 있으려니, 다시 생각이 나기 시작했다.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SNS를 잘하지 않는데, 유일하게 하는 게 인★그램. 개인 계정을 가지고 있었고, 일기장처럼 이용하고 있던 계정과 다른 일과 관련된 이유로 만들었던 계정 두 개가 있었다. 그중 하나는 일기장으로 쓰고 있고, 하나를 생각과 시선을 담는 공간으로 이용하기로 했다. 그렇게 틈틈이 생각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사실, 요즈음 공감이 되는 이야기를 담는 에세이가 많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좋은 책이 정말 많이 나왔다. 그 책들 사이에서, 솔직히 내 이야기를 읽어줄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그 사람들처럼 전문적인 교육을 받거나, 그런 기술들을 스스로 독학해서 어느 정도의 레벨이 되는 것도 아니다. 단지 나는 내 이야기를 하고, 이 글을 읽는 독자가 조금은 다른 눈으로 다른 모습들을 보고 느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누군가 내게 ‘취미가 뭐예요?’, ‘쉬는 날 주로 뭐해요?’, ‘좋아하는 게 뭐예요?’라고 물어보면, 나는 ‘책을 좋아해요.’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면 보통은 소설책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다. 그래서 보통 에세이나 산문 집, 시 집 같은 걸 주로 읽는다고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려워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은 참 쉬운데. 나는 그럴 때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곤 한다. 사실 별거 없어요. ‘남의 생각을 훔쳐보는 거라고 생각하면 돼요. 그 사람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 말이에요. 에세이는 그런 느낌이에요.’

 그냥 Maudie라는 사람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이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내 생각과 내 시선. 같은 곳을 가봤고, 같은 곳을 봤더라도 분명 우리가 느낀 건 다를 테니까.

 내 시선들이 당신에게 새롭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일기장을 펼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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