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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Mar 16. 2024

"별론데요?"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UX라이팅 비평 가이드라인이 있다면

Cover. <The chattering birds >, Georges Antoine Rochegrosse (French, 1859-1938)



크로스체킹(Cross-checking,교차검증)

예전부터 프로젝트를 리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뚝심있게 가져가고 싶은 협업 기술이 하나 있었다. '크로스체킹'이다. 크로스체킹을 하다 보면 때론 화자가 되기도 하고, 청자가 되기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상대를 설득하는 기술도 더불어 체득할 수 있다. 여기엔 위계에 따른 강제성도 없고, 취향 혹은 기호 따윈 없다. 필요한 건 '사용자 관점'에 충족한 의견과 상호 간 예의있게 말하고, 듣는 에티켓이다.




내가 크로스체킹을 선호하는 이유는 근시안적 사고를 탈피하기 위해서다. 사용자의 캐릭터는 다양한데 라이터 혼자 하나의 캐릭터를 대변해서는 '사용자 관점'을 충족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난 '집단지성'의 힘을 신뢰한다. IT분야 종사자로서 과거에 축적한 지식만 가지고 아웃풋을 내면 금세 바닥이 드러난다. 그렇다고 모든 정보와 트렌드를 다 쫓아갈 수도 없다. 이때 타인의 사고가 담긴 의견 속에 분명 내가 모르는 것이 존재하고 그 속에 배움이 있다. 모르면 묻고, 알면 나누는 식의 건강한 의견 교류 속에 생각의 지평은 절로 넓혀진다. 비록 개인의 과업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과업까지 살펴봐야 해서 시간은 배로 걸리지만, 크로스체킹을 하면 얻는 게 더 많다고 생각한다. 단, 크로스체킹은 상호간 합이 잘 맞아야 한다.




왜 크로스체킹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래서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사전 합의가 필요하다. 사전 합의 없이 시작한 크로스체킹은 단순 교정교열 수준으로 전락하거나 그 본질을 잃어버리고, 상호 비방으로 감정만 상한 채 새드엔딩이 되고 만다. "시간이 없는데 크로스체킹이 웬 말이냐"로 시작해 "그냥 내가 알아서 할게"로 과업의 개인화가 이루어진다. 건설적 논의와 활발한 의견 교류는 미국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허구인 걸까. 언젠가 '라이터'는 자신이 쓴 글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서 타인의 비평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물론 100% 오해라고 할 수는 없지만, UX라이팅의 세계에서 이 말을 듣는 건 분명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뜻이다.




⟪UX라이터의 글쓰기 수업⟫ 책을 읽다 '비평'이란 소제목을 발견하고 해당 본문을 오랜 시간 곱씹어봤다.

*번역이 매끄럽지 못해 일부 각색했다.  


(중략) 비평은 UX라이터와 팀에 힘이 되어야 한다. 다양한 관점의 이야기를 듣는 기회가 되므로 작업물도 훨씬 개선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비평을 유용하게 활용하려면 올바른 마음가짐을 갖춰야 한다. 비평 시 명심해야 할 몇 가지 중요한 내용이 있다.

⇒ 목표와 사용자에 집중한 의견이어야 한다.
어떤 문구가 마음에 드는지, 안 드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른 방법으로 작성해 볼 경우, 사용자의 요구나 비즈니스 목표를 더 잘 달성할 수 있는지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어야 쓸모있는 비평이 된다.

⇒ 진행 중인 작업이어야 한다.
작업 초기에 비평을 진행하여 비평이 방해로 여겨지지 않아야 한다. 정리가 되고 오탈자가 있더라도 이를 공유한다. 대신 읽는 사람이 이해할 정도로 작성한다. 그렇다고 하나를 변경하면 전체를 다시 써야 할 정도로 너무 완벽하게 다듬지 않도록 한다.

⇒ UX라이터가 원하는 피드백의 범위를 설정하게 한다.
작성자가 대화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어떤 경우 작성자는 상대방이 자신이 선택한 단어에 대한 의견만을 주기를 바랄 수도 있다. 또는 상호작용, (어떤 동작/반응) 유발점, 진입/출구지점 등에 초점을 맞추기를 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비평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피드백의 범위를 어느 정도로 제한해야 할지 알기 어렵다. 만약 퍼실리테이터가 있다면 발표자가 원하는 피드백 범위를 존중해 비평하도록 이끈다.

⇒ 자신이 작성한 글을 스스로 비평할 수 있다.
누가 자신의 작업물을 비평하면 그것이 개인에 대한 비평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렇게 생각할 필요가 전혀 없다. 참여하는 모든 사람은 UX라이터가 목표로 했던 것과 사용자를 생각하며 비평해야 한다. 이는 다른 사람과 함께 자신의 작업물을 객관적으로 비평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나는 이 글을 읽고 두 가지를 깨달았다. 하나는 크로스체킹을 할 때 '퍼실리테이터'의 존재와 역할이고, 두 번째는 피드백 범위 설정이다. 크로스체킹을 실제로 해본 지는 얼마 안 되긴 했지만, 그동안의 과정 중 퍼실리테이터로서의 역할에 얼마나 충실했는지를 돌이켜 보니 참 많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팀원들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이끌지 고민하는데, 방법론에 있어 아직은 물음표가 크다. 그래서 퍼실리테이터보다는 크로스체킹을 하거나 받는 팀원의 역할 쪽으로 더 기울어져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피드백 범위 설정도 꽤 흥미롭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작업자마다 고유성이 있는데 그 모든 부분을 크로스체킹하려는 게 한편으론 무모했단 생각이 든다. 물론 싱크를 맞춰야 할 필요가 있다면 당연히 전체를 봐야겠지만, 어떤 단계에서의 크로스체킹이냐에 따라 피드백 범위 설정을 달리하며 더 효율성을 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상호 존중이 아닐까.



신뢰가 자본이 되는 세상이다. 함께 일할 때도 신뢰는 공통의 목표를 향해 나가는 필수조건이다. 크로스체킹을 하면서 신뢰에 대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UX라이터로서 라이터뿐만 아니라 디자이너 기획자 개발자와 함께 일할 때 서로의 역할과 능력과 생각을 '신뢰'하지 못하면 협업툴이든 기술이든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더불어 신사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내는 방법, 의견에는 수준이 낮음도 높음도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덧붙여, 서로가 서로에게 궁금한 것이나 의견을 언제든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을 선사할 수 있는 존재가 되면 좋겠다.




⟪UX라이터의 글쓰기 수업⟫ 마지막 페이지에서 발췌


UX라이팅은 협업에 좌우된다. 여기에는 자기 일을 변호하면서도 다른 사람을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 포함된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 상냥한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상냥해지는 일이다. UX라이터로서 자신의 스킬은 다른 사람이 규정하는 것이 아니다. (중략) 글은 사용자가 인터페이스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UX라이터의 일은 제품의 사용성과 유용성에 영향을 미친다. 자기 스킬과 자신이 하는 일에 믿음을 가져야 한다. 일상에서 소프트웨어를 탐색하고 사용하는데 UX라이팅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자신의 역할을 설계하며 더 나은 사용자경험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비평, 지저귀는가 속삭이는가


지저귀다( 지저귐 )   

1.     동사 새 따위가 계속하여 소리 내어 울다.   

2.     동사 신통하지 않은 말이나 조리 없는 말을 지껄이다


속삭임  

1.     명사 나지막한 목소리로 가만가만히 하는 이야기

2.     명사 무엇이 가만히 스치는 소리  



조리 없이 지껄이든 나지막하게 이야기하든
일단 듣는 데서부터 크로스체킹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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