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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Mar 31. 2024

<서비스 기획 스쿨> 다시 읽기

UX라이팅 실무를 위한 필독서

팀에서는 그저 글만 써주기를 바랐다.

⟨UX라이터의 글쓰기 수업⟩ 중에서, 196p


⟨UX라이터의 글쓰기 수업⟩을 읽다가 저 문장에 흠칫했다. 정말 그럴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니, 내 귀에 안 들렸을 뿐 어디에선가 분명 그런 말이 나오지 않으리란 법은 없었다. 더 끔찍한 건, UX라이터 스스로 그렇게 동화되어 가는 일이다. "그냥 글만 썼으면 좋겠어"라고 이 직업을 단정짓는 일 말이다.

전자든 후자든 둘 다 옳은 방향은 아니다. UX라이팅에 점점 깊이 관여하면 할수록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되는 건 디자인과 기획을 아우르는 라이팅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너무 깊이 들어가는 것 아니냐고 묻는다면 글쎄.. 지금 내가 걸어가고 싶은 길은 적어도 그렇다.

실무를 경험하면 할수록 디자인과 기획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거대해진다. UX라이터로서의 성장이 그 접점에 맞물려 있다는 걸 느낀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마음 위로 어디에, 어떤 모양으로 글을 잘 쓰고 싶은지를 그려나가는 자신을 만날 때면 그냥 글만 썼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얼마나 옹졸한 생각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UX라이터랑 처음 일해 봐요"

디자이너 A씨와 기획자 B씨


올해 들어 이 말을 두 번 들었다. 한 명은 디자이너 A였고, 또 다른 한 명은 기획자 B였다. 두 사람 모두 부장급 인사였는데 대한민국에 UX라이팅이란 게 상륙하기 훨씬 이전부터 이 바닥 생활을 하신 분들이었다. 아무튼, 디자이너 A와 만날 당시 애석하게도 디자인이 어느 정도 정해진 시점에서 UI 텍스트 수정 요청이 들어 왔는데 본의 아니게 텍스트 수정 분량 또한 많을 수밖에 없는 상태여서 나는 괜히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디자이너 A와 친해지고 나서 들은 이야기지만, UX라이터랑 처음 일해 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면서 다음엔 기획 마치고 디자인 들어가기 전에 투입되길 바란다는 때늦은 바람을 전했다.

기획자 B에게도 UX라이터의 존재는 애매한 모양이었다. "우리는 텍스트에 일절 손 안 댔어요. AS-IS 그대로 갈 겁니다" 과 기획 사이에 살며시 선을 긋는 듯한 그의 말에서 왠지 모를 거리감을 느꼈다.

마치 외국인을 보는 듯한 그 두 사람의 시선에서 자유로우려면(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UX라이터는 어떻게 해야 할까. 본격적인 고민이 시작되었다.




UX라이팅도 기획과 디자인의 일부예요

UX라이터라면 이렇게 생각해야 정상


UX라이터는 함께 일하는 게 생소하든 익숙하든 기획자 그리고 디자이너와 함께 가야 한다. UX라이터가 디자이너나 기획자처럼 툴을 다루는 현란한 기술은 없을지 몰라도 그 기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협업하고 이끌어야 한다는 건 명백하다. 어느 자리든 '사용자의 눈으로 만든다'는 마음만큼은 하나일 테니까.




⟨서비스 기획 스쿨⟩을 다시 꺼내 읽은 이유

UX라이터 필독서

 

UX라이터가 되기 전에 읽었을 때는 잘 모르거나 이해 안 되는 부분이 많았는데 3년 차가 되고, 실무를 경험한 후 다시 읽으니 느낌이 새롭다. UX라이터 진입 시점에 만난 이 책은 '아.. 내가 이런 곳에서 글을 쓰는구나'하는 정도의 이해를 도왔다면, 지금은 내가 누구와 협업해야 하고, 그 세계의 언어는 무엇이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이해하고 소통해야 하는지 잔기술부터 마인드 셋까지 진중한 가이드를 제시할 정도로 큰 존재감으로 다가왔다. 특히 기획과 디자인 관점의 UX라이팅을 하고 싶은 라이터라면 그 지적 호기심을 채우기에 이 책은 너무도 출중하다. 일전에 알게 된 기획자 C양도 나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 적 있다. UX라이팅도 기획자의 한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기획자 C가 UX라이터에게 이 책을 권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UX라이터로서 UX라이팅을 할 때 기획에 대한 배경지식이 왜 필요한지를 이 책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빈칸에 무언가를 쓸 수는 있지만
그것이 정말 의미 있는 결과가 되려면
수많은 사고 과정이 필요하다


쓴다는 건 논리적 사고를 동반한다. 때때로 버튼 문구 하나를 놓고도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며 고심하는 건 그런 이유다. 이 과정의 논리가 합법이 되려면 디자인과 기획의 배경적 지식이 필요하다. 유의미한 결론을 이끌어내는 장치랄까. 디자인과 기획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채워나가는 재미는 끝이 없다. 아는 만큼 UX라이팅의 역할도 보인다. 나는 그 믿음으로 지금을 산다. (2024년 1분기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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