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라이팅, 왜 단순 번역만으로는 부족할까?
오류 메시지는 사용자가 서비스와 만나는 가장 민감한 순간 중 하나다. 짧은 문장 안에 문제 상황을 알리고, 사용자의 감정을 달래며, 다음 행동까지 안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로벌 서비스에서 자주 발견되는 오류 메시지 중 일부는 한국어 사용자에게 다소 낯설고 어색하게 다가온다. 번역 투 때문에 톤앤매너가 한국어 버전의 UX 라이팅 관습과 어긋난 것처럼 보여서다. 아래 세 가지 케이스를 보며 ‘현지화된 글쓰기’가 왜 필요한지 살펴보자.
지나치게 단호한 명령형으로 사용자에게 불필요한 거부감을 준다.
요청을 처리할 수 없습니다. 잠시 후 다시 시도해 주세요.
- 계속 문제가 발생하면 고객센터를 통해 문의해 주세요.
사용자의 행동을 막지 말고, 다음 단계/솔루션을 안내해야 한다.
시스템이 주체가 된 듯한 어투로, 사용자 입장에서 어색하다.
계속하려면 로그인해 주세요.
사용자가 주체가 되도록 안내해야 한다.
추측형(~것 같습니다)과 부자연스러운 직역투(~되도록 합니다)가 혼재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았어요.
네트워크 상태를 확인한 후 다시 시도해 주세요.
- 연결을 기다리는 동안 오프라인 게임을 즐기실 수 있어요.
- (원인이 확실하다면) 추측 대신 구체적이고 명확한 표현이 필요하다.
- 문제 해결 방법 외에도 대체 경험을 제안해 보자.
UX 라이팅은 단순한 언어 치환이 아니라 사용자 맥락+문화적 습관+서비스 톤앤매너까지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 UX 라이터가 번역 결과를 감수·재작성해야 한다.
영어에서 한국어로 단순 번역된 텍스트를 보면 '고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만들고 있는 유저 가이드도 외국계기업 앱이다 보니, 직역된 문장/단어가 많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의 우선순위는 텍스트 개선이 아닌 가이드 제작. 결국 크리티컬한 오역이 아닌 이상에야 기껏 제안을 해도 '나중에 할게요'로 끝이 나 선뜻 손을 대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나는 언젠가를 기대 한다. 비록 한국어에서 영어로 번역은 쉽지 않더라도 영어에서 한국어로의 UX 라이팅 번역이라면 도전해볼 만하지 않을까? (기회가 온다면) 그날이 오면 단순한 언어 치환이 아닌 번역 결과를 감수/재작성하는 역량을 마음껏 발휘해 보고 싶다. 이런, 꿈이 또 하나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