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와 리스크 관점에서 돌아본 '모호함에 관하여'
'모호함'은 거머리와 같다. 프로젝트를 말라죽게 한다. 모호한 메시지를 구체화하는 일은 꽤 소모적이어서 정작 본론에 쏟아야 할 에너지를 모조리 앗아가 버린다. 업무 지시, 피드백, 고객 요청사항뿐만 아니라 UX라이팅을 하는 데 있어서도 '모호함'은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비용을 치르게 만든다.
말이든 글이든 메시지의 모호함은 반드시 비용을 치르기 마련이다. 비용뿐일까. 리스크로 작동한다.
해석 비용
모호한 피드백을 해석하는 데 들이는 시간은 판단을 지연시키고, 결국 품질의 타협(이 정도면 되겠지 or 이 정도만 하자)으로 이어진다.
기간 대비 프로젝트의 볼륨이 여유 있는 상황이라면, 그래서 모호한 피드백을 소화시킬 시간도 충분하다면 어느 정도는 해결 가능한 문제다. 하지만, 마감 기한이 목을 조여 오는 상황에서는 크나큰 리스크다. 마감이 코앞인데 '감'이나 '추측'으로만 반영했다가 틀리면? 어김없이 재작업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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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업 비용
“제가 원한 건 이게 아니에요, 다시 해 주세요”
모호한 지시는 필연적으로 잘못된 길로 안내한다. '방향성 불일치' 그리고 다시 수정. 고치기를 반복하는 것 자체도 비용이다.
정치적 비용
모호함이 무기로 돌변할 때가 있다. 결과가 어긋났을 때 모호하게 말해둔 쪽은 발을 빼기 쉽다. 책임 소재마저 모호하게 만드는 어이없는 마력이랄까. 모호하게 말한 사람과 모호한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한 사람과 모호한 말을 모호하게 이해한 사람 사이에 오가는 정치적 제스처는 또 다른 비용을 야기한다.
모호함은 무능의 다른 이름
두렵다
스스로 뭘 원하는지 모를 가능성이 높다. 구체적으로 지시했다가 틀릴까 봐, 책임을 회피하고 싶은 방어기제일 수 있다.
모른다
생각을 적확하게 표현할 줄 모를 가능성이 높다. 해당 분야를 잘 몰라서 그 세계의 용어를 모르니 추상적 표현에 의존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게으르다
생각을 정리해서 전달하는 '수고'를 하기 싫을 가능성이 높다. “네가 (전문가니까, 담당자니까 등등) 알아서 정리해 줘”라는 핑계 뒤에 숨는다.
모호함이란 거머리를 어떻게 떼 버릴 수 있을까
시간 여유가 있다면
- 모호한 의견은 비주얼라이징해서 A안과 B안을 보여주고 역질문한다. 모호한 군상들의 추상적인 언어를 시각 언어로 치환해서 선택지로 던진다.
- 피드백을 반영할 때 반드시 Why를 함께 기록하고 컨펌받는다. 이 과정에서 자신들의 피드백이 논리적인지 스스로 검증하게 된다.
예) 지난 미팅에서 [A]라고 피드백 주셨는데 이를 [ Why ]로 이해했습니다. 맞나요?
- 모호한 군상을 '학습'시킨다
예) “장기적인 관점에서 의견은 이렇게 주셔야 저희가 더 좋은 퀄리티를 낼 수 있습니다.”라고 가이드라인을 준다.
시간 여유가 없다면
질문(Ask) 하지 말고 '통보(Notify)'한다.
예) 말씀하신 00000은 XXXXX로 해석했습니다. 오늘 2시까지 별도 이견 없으시면 이 방향으로 픽스하고 디벨롭하겠습니다.
→ 상대방이 반응하지 않으면(침묵) 그건 내 해석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룰을 세팅한다.
딱 두 개의 극단적 선택지를 제시한다.
→ 사람의 뇌는 백지에서 답을 내는 것보다 주어진 것 중 고르는 걸 훨씬 쉽게 느낀다. 모호한 그들의 뇌를 강제로 선택하게 만든다.
책임 소재 못 박기
예) 일정이 촉박하여 보내주신 피드백은 [A]의 의도로 가정하고 작업 진행합니다. 만약 의도가 달라서 수정하게 될 경우, 일정상 최종 제출일이 N일 지연될 수 있습니다. 참고 바랍니다.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 특히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때 명확함(Clarity)을 유지하는 건 당연한 배려다. 잊지 말자. 모호함은 반드시 비용을 치른다. 그래서 모호함은 리스크 관리 항목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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