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지을 때 여러 번 생각하여 고치고 다듬음. 또는 그런 일.
우리는 매일 퇴고한다. SNS에 한 줄 감상을 적을 때도 카톡 메시지를 보낼 때도 보고서를 수정할 때도 '틀린 게 없나'하는 눈빛으로 쓴 글을 되짚어 보는 게 바로 퇴고다. 글쓰기를 직업으로 삼은 이상 퇴고는 숙명이지만, 여전히 길들여지지 않는 한 가지가 있다. '이렇게 써도 될까?' 하는 끝없는 의심과의 사투다.
예전에 한 변호사님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글쓰기에 꽤 일가견이 있는 분이라 완성된 기사를 보낼 때 왠지 모르게 긴장했던 기억이 난다. 그분과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한 가지 진한 인사이트가 남았는데, 바로 한 단어도 허투루 쓰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이다. 그 뒤로 글을 쓸 때면 마치 마법에 걸린 것처럼 < 한 단어도 허투루 쓰지 않겠다 >는 마음이 작동했다. 그럴수록 '이렇게 써도 될까?' 하는 끝없는 의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가벼운 소재의 글도 무거운 소재의 글도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한 단어도 허투루 쓰지 않으려는 마음가짐
한번 쓰면 또다시 수정하기 번거로운 웹/앱에서의 UX라이팅이라면 퇴고의 무게는 상상을 초월한다. 나는 아직 이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뤄보진 못했지만 몇 차례 가볍게 맛을 본 기억을 상기해 보니 그렇다. 출판·인쇄 쪽에서의 경험상 한번 인쇄된 책에서 오탈자를 발견했을 때의 공포감과 흡사 비슷하지 않을까. 더하면 더하지 덜하진 않을 듯. :D
상대적으로 가벼운 주제로 글을 쓰더라도 '퇴고'는 결과물의 질을 높이는 유일무이한 길이다. 언제든 수정할 수 있다고 해서 대충 쓸 수 없다. 분명, 누군가는 내 글을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적어도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아니까.
LMS/PUSH/SMS/알림톡/배너처럼 '휘발성'이 강한 부류의 글쓰기라도 허투루 쓸 수 없다.
이런 부류의 글은 크게 광고성/공지성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지닌다. 마케팅 메시지를 전할 때도 있고, 점잖게 안내하는 메시지도 있기 때문에 각각의 성격에 맞게 요리해야 한다.
대다수에게는 1초 만에 지나쳐 버릴 문장일 수 있지만, 소수에게는 꼭 필요한 정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글자 수 제한이 있어서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없다는 허들이 존재하지만, '퇴고'를 하면서 정리되면 이것도 나름의(?) 쓰는 맛이 있다. 중요한 건, 정보 전달! 짧은 글이지만 핵심만을 위트 있게 담아야 한다는 목적을 잊으면 안 된다. 한 가지 예를 준비했다.
썩 나쁘지 않은 워싱안(원문에서 다듬은 글)이지만, 이 짧은 글 안에도 군더더기가 있다. 최종안을 보면 퇴고의 필요성이 느껴진다. 굵고 짧게, 뉘앙스는 가져가면서도 초안보다 더 정돈된 느낌을 준다.
하루에도 수십 개씩 자극적인 후킹 문구가 쏟아지는 세상에서 스쳐 지나가는 글들 투성이지만, 누군가는 이를 위해 퇴고라는 인고의 과정을 허투루 쓰지 않는다. 라임을 맞추듯 문구를 쓰고, 이미지와 어우러진 글을 쓰느라 머리를 쥐어뜯는다.
UX 라이터가 된 지 얼마 안 된 중고 신입이지만, 매일매일 경험을 축적하면서 느끼는 것은 UX Writing이라는 분야가 웹/앱 기술 범주 내에서만 구현되는 글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여기에 반대표를 던질 분도 있겠지만, "엄밀히 말하면...."이란 꼬리표를 달아주실 분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그렇다.
UX 라이팅이 고객을 '유치'하고 '유지'한다는 공통의 목적이 존재하는 한 UX 라이팅을 웹/앱 서비스 글쓰기의 범주에만 가두는 매우 아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좀 더 너른 시선에서 UX 라이팅을 다루고 싶다. 어쨌든 '글쓰기'라는 맥락은 하나이니까.
아무튼 오늘도 난, 퇴고하는 인간이 되어 하루를 산다.
퇴고할 때 옆에 두면 좋은 사이트
1. 한국어 맞춤법 검사기 간편하고 좋은데 에러가 너무 자주 난다.
2. 네이버 맞춤법 검사기 간편하고 좋은데 신뢰도가 떨어진다.
3. 네이버 책 카테고리 출판된 책들에 사용된 표현과 맞춤법, 띄어쓰기를 참고할 때 유용하다. 단, 출판사끼리 서로 다를 때 결국 최종 선택은 나의 몫이다.
4.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퇴고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실수는 늘 나온다. 그러니까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