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혈 자리 #67.
성종 때 일이다.
임금이 승지와 사관(史官), 육조와 삼사(三司)에
붓 40자루와 먹 20개씩을 각각 내렸다.
"이것으로 과인의 잘못을 써서 올려라.
신하가 감히 살펴 바른길로 이끄는 자를 직신(直臣)이라 하고,
아양을 떨며 잘한다고 하는 자는 유신(諛臣) 즉 아첨하는 신하라 한다.
너희는 나의 직신이 되어다오."
이익(李瀷)은 '성호사설'에서 이 일을 두고 이렇게 적었다.
"임금이 바른말 구하는 정성이 이와 같으니,
받은 자가 침묵하려 해도 마음이 편안치 않을 것이고,
아첨하는 말을 하려다가도 마음이 부끄러울 것이다."
세상에 임금 됨은 이런 마음에서 나온다.
"아프다면 무언가 막혔다는 것이고,
무언가 막혔다면 아프다."
허준의 동의보감에서 혈액순환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죠.
그런데 이 말은 한의학에서만 통하는 말이 아니에요.
우리 삶을 꿰뚫고 지나는 바늘 같은 말이에요.
자신의 삶이 답답하고 힘들다면
내 속의 무언가가 통하지 않았다는 뜻이죠.
그런데도 우린 나 밖의 세상에서
해결점을 찾아 헤매곤 하죠.
지금이 아프다면
지금까지 내가 가진 마음을
지금까지 내가 행한 행동을
돌아보아야 하죠.
그런데도 우린 다른 곳에서 원인을 찾아 나서죠.
모든 문제의 근원인 나만 온전히 놔두고 말이죠.
그래서는 해결되지 않죠.
그래서는 이루어지지 않죠.
내가 가진 고정된 관념이
내가 가진 선입견이
세상 무언가를 막고 있기에
아픈 거예요.
무언가 답답하고 힘들 때
무언가 통하지 않고 있다는 걸 잊지 말아요.
그 마음의 혈자리 찾아 뚫을 때
우리는 거침없이 살 수 있죠.
그 통증 사라질 때
우리는 자유로이 숨 쉴 수 있어요.
그런 세상 살아가요. 우리 모두.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