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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속도도, 각도도 아니다.
오직 흐름일 뿐이다.

#110.

by 마음밭농부

누구는 인생을 속도라 했고

누구는 인생을 각도라 한다.

하지만 인생은 속도도 각도도 아닌

흐름일 뿐이다.

내가 빨리 가고 싶다고 빨리 가지도 않고

내가 가고 싶다고 갈 수도 없다.

흐르는 물처럼

가팔라지면 빨리 가고

평평하면 더디 가고

막히면 돌아가고

높으면 떨어지는 것이

인생이다.

그래서 흐름이다.

오직 그 흐름 안에서만

세상을 온전히 볼 수 있고

오직 그 흐름 안에서만

평온히 세상과 소통할 수 있다.

소용돌이의 중심은 돌지 않는다.

그 중심으로 모두 모여들 뿐이다.

그 중심의 자리에 흐르자.


인생을 정의하는 여러 가지 말들이 있지요.

속도라 하고, 방향이라 하고, 재밌게 각도라고도 하고

멈추면 보인다고 하고

멈추면 처진다고 하고

여러 말들이 있지만

말이 어떻게 온전히 인생을 담아낼 수 있겠어요.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인생은 흐름이라고.

시간이 흐르고 공간이 흐르고

내 육신도 흐르고 자연도 흐르죠.

인연이 흐르고 사랑이 흐르고

생명이 흐르고 죽음이 흐르죠.

그렇게 흐르는 것이 세상이고 인생이죠.


그렇게 흐르는 세상을 거스르려면 힘이 들지요.

흐르는 세상을 대적하면 꺾이기 쉽죠.

흐르는 인연을 잡으려 하면 상처받기 쉽죠.

죽음을 거스르려면 추해지요.

그런 거예요.


오직 흐름에 몸과 마음을 맡기고

즐기며 여행하는 거예요.

흐름 속에서는 모든 것과 만날 수 있죠.

소용돌이의 중심을 잘 살펴보세요.

아주 작은 텅 빈 공간으로 모든 물들 이

빨려 들지요.

그곳은 조용하고 아무 애씀 없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지요.


세상 이치는 그리 어려운 게 아니지요.

그저 함께 흘러가는 것!

그때 모든 것이 자연스러워지죠.

자연이 그렇지요.

모든 것들이 그저 흘러 가지요.

계절이 흐르고

강물이 흐르고

생명이 흐르고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또다시 모든 게 흐르죠.


그저 그저 흘러요. 우리. 그저 그렇게.

구름처럼, 바람처럼, 세월처럼

그렇게 처음처럼.


마음밭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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