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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밭농부 Aug 29. 2016

세상은 은행이다.

#170.

우린 언제부터인가 온전히 누리는 삶 대신

무언가 남기고 소유하는 삶을 선택했다.

자연 구성원 중 유일하게

필요 이상을 생산하고 소유하며

축적하고 물려주려 한다.

그 축적된 부로 자신의 신분을 선택하고

남들도 대체로 인정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면 초저수익인 이 시대에

가장 안전하고도 수익이 좋은 은행은 어디일까?

그건 자신이 속한 사회 즉 세상이다.

세상은 일반 은행과 달리

그저 숫자만 기록되지 않는다.

그대가 세상에 입금한 재물은 물론

나누고자 한 그 소중한 마음이 기록된다.

그 소중한 마음에서 비롯된

축복과 연민의 말 한마디,

남몰래 행한 선한 몸짓,

여리고 고운 것들에 보낸 떨리던 눈빛...

이 모든 것이 기록된다.

수많은 고전에도 기록되어 있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기도 하고

우연히 행한 작은 배려는

훗날 한 없는 이자 붙어

자신의 목숨을 살리는 보은으로

되돌아온다는 그 이야기들 말이다.

세상은 절대 그대의 마음을 잊어 먹지도 않고

망하지도 않는다.

이 생에서 갚아 주지 않으면

죽음 이후에라도 꼭 높은 이자와 함께 돌려준다.

세상은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고수익이 보장된 든든한 은행이다.

나는 오늘도 오늘을 세상에 입금한다.

인내라는 번호표 뽑아 들고

사랑이라는 통장 만들어

마음이라는 숫자가 입금된다.

비밀번호는 행복과 감사함과 웃음으로 조합되어 있으며

선한 마음이라는 공인인증서가 있어야 출금이 가능하다.

그렇게 나의 매일은 쌓여가고 기록된다.


아침이 게을러지는 계절이 찾아왔어요.

늦잠 잔 아침 이후엔 여름과 가을이 줄다리기를 하며

곡식과 들판을 고운 색으로 물들이네요.

정성으로 기른 곡식과 과일들이 결실을 맺는 계절이에요.


이 가을 지나면 추운 겨울이 오겠죠?

그 겨울 견디려면 우린 무언가 쌓아 놓아야 하죠.

요즘은 이 모든 걸 돈으로 살 수 있죠.

그래서 돈이 필요하겠죠?


하지만 우리는 이런 범위를 넘어선 돈을 원하죠.

영원히 농사짓지 않아도 되는 돈

나의 신분을 최고로 높여줄 수 있는 돈

세상의 부러움을 모두 받을 수 있는 돈을

원하고 쌓으려 노력하며 살아가는 이가 많죠.


뭐 그런 것도 좋아요.

나쁜 것은 아니죠.

아니 좋은 것이죠.


하지만 그 재물 쌓는 동안 힘들지는 않은지?

그 재물 다 쌓고 나면 누릴 시간이 남는지?

그 재물은 사라지지 않고 온전히 쌓이기만 할 것인지?

중간에 하늘이 목숨이든 재물이든 거둬가지는 않을는지?


돈은 늘 돌고 돌다 증발하기 쉽고

땅은 팔리지 않으면 흙일뿐이며

주식은 마음을 들었나 놓았다 하는 무서운 종이죠.


우린 늘 이런 것을 목숨 걸고 얻으려 하죠.

그러면서 세상을 적으로 만들기 쉽죠.


주위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거나

세상에 인색해지며 마음이 쪼그라들어 버리거나

탐욕의 화신이 되어 친구 조차 찾지 않거나

재물로 인해 가족이 갈기갈기 찢어져 버리거나

이런 행복하지 못한 상황으로 가기 십상이죠.


이런 것보다는 세상에 저금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기부를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가진 것 전부를 나누자는 것이 아니에요.


가진 것이 아무리 많아도 세상이 나를 등져 버리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하늘은 언제든 우리를 불러 갈 수도 있죠.

재물은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는 불안한 숫자일 뿐이죠.


거상은 사람을 남긴다고 하죠?

그게 세상에 저축하는 거예요.

큰 부자는 하늘이 내린다고 하죠?

그게 재물로 행한 선행으로 하늘을 감동시킨 사람들 이야기죠.


세상에 저금한 재물은 절대 없어지지 않죠.

세상은 고금리로 돌려주죠.


작은 돈으로 다른 사람의 목숨을 살릴 수도 있고

작은 선행으로 인해 훗날 자신의 목숨을 살릴 수도 있죠.


세상은 이렇게 믿음직스럽게 우리의 선한 마음과 재물을 기록해 두죠.

그리고 그 선한 마음에 합당한 이자를 붙여

다양한 모양으로 갚아주죠.


이자를 불리는 방법도 많아요.

감사함과 웃음은 복리이자를 붙여주고

행복을 누리는 마음은 우대금리가 보장되죠.

나누는 마음은 세금도 감면해 주고

베푸는 마음은 가끔 복권으로 당첨되기도 하죠.


그렇게 세상은 재미있는 은행이랍니다.


오늘을 그리고 여러분의 선한 마음을 저축하는 그런 나날이시길.

그런 나날들 충만해져 더 없는 가치로 여러분에게 돌아가길

기원해 보는 추수의 계절입니다.


마음밭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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