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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밭농부 Oct 03. 2016

절대 긍정적으로 살지 말아요.

#178.

긍정적으로 산다는 것.

그것은 삶 전체를 부정하는 것.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것.

그것은 생각의 기본이 부정적이라는 것.

어느 때부터인가 우리는

긍정을 강조하며 서로 강박하며 살아간다.

어느 때부터인가 우리 영혼은

부정에 굴종해 버렸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마약에 중독되어 가듯

"이건 아닌데 아닌데" 하며

자극적이고 짜릿한 긍정에

우리의 영혼은 중독되어 간다.

교묘한 말로 긍정을 팔고 다니는

도둑 강사들이 넘쳐나고

온 세상이 부정이지만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버텨 보라며

자녀에게 긍정을 중독시키고

미래의 긍정을 위해

지금을 부정해 버리며

그렇게 우리는 긍정에 중독되어 산다.

이 세상은 부정도 긍정도 아니다.

오직 존재할 뿐이다.

바람도 행복이요, 강물도 행복이요,

숨 쉬는 것도 행복이요, 보는 것도 행복이요,

사는 것도 행복이요, 죽는 것도 행복이다.

우리는 늘 행복의 다양한 모양 중

어느 하나의 상태를 느낄 뿐이다.

행복은 마음의 기본 상태이다.

가시에 찔리기 바로 전까지 우린 행복했었다.

절대적인 긍정은 아무런 의식 없이

존재함 만을 온전히 느끼는 것.

숨을 쉬듯.

바람 스치듯.

저녁 지나 아침 오듯.

그렇게...


우리는 긍정에 중독되어 살아가죠.

자기계발서를 끼고 다니며

눈 닿는 공간 구석구석에 긍정의 문구를 붙여 놓고

성공한 사람들의 강연을 찾아 들어가며

미래의 멋있는 나를 드림노트에 그려놓고

오늘을 열심히? 희생하며 살아가죠.


열심히 노력하며 사는 것이 잘못됐다는 뜻이 아니에요.

단지 미래의 특정한 지위, 특정한 재물, 특정한 환경,

그런 특정한 삶의 모습을 규정해 놓고

삶의 과정을 무도하게 살아가는 것이 잘못이라는 말이죠.


나는 저 정도 재산 있으면 저렇게 안 산다!

내가 저 자리에 있으면 안 그럴 텐데!

나는 다르다니까!

익숙한 말들이죠?

우리가 흔히 남이 사는 모습을 들여다보며

내뱉는 이야기 들이죠.


그런데 과연 그 사람들은 그걸 몰라서 그렇게 살까요?

아니에요.

사람의 마음은 똑같아요.

그 말은 나도 그 상황이 되면 비슷하거나 똑같이 행동한다는 뜻이죠.

뉴스에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 알 수 있죠.

그들은 과연 나와 다른 마음을 가진 사람들일까요?


그런데도 우리는 긍정의 모르핀 주사를 맞으며

미래의 높은 곳을 향해 오늘도 알게 모르게 남에게 상처 주고

스스로에게 상처 주며 살아내죠.

그렇게 매 순간순간 독을 뿜어 내며 고통을 견디고

모자란 독기는 모르핀의 힘을 빌어 만들어 내고야 말죠.

그렇게 기어이 기어오르죠.


우리네 삶은 무엇을 성취하기 위한 것이 아니에요.

그저 삶의 과정 혹은 존재 자체에서 내어 놓는 가치가 삶의 목적이죠.

아름다운 말 한마디. 따스한 눈빛. 여린 것에 대한 연민.

하늘 향해 웃음 지을 수 있고, 낮은 땅에 엎드려 키스할 수 있는 마음.

이런 것이 사람이 지을 수 있는 가치들이죠.


꽃이 향기로 존재하고

빗물이 생명으로 존재하며

새들이 비행으로 존재하고

바람이 흐름으로 존재하듯.

사람도 어떤 무엇으로 존재하죠.

자연 어떤 것 보다 무수한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허락받은 우리가

신이 창조한 천국 같은 이곳을

지옥으로 만들어가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는 사람이 있기는 한 걸까요?


호흡이 긴 것은 오래 살아요.

놓을 줄 아는 것은 죽지 않지요.

자연을 들여다보면

정교한 듯 단순한 삶의 이치들이 맞물려 돌아가며

우리에게 무언가를 말해 주고 있죠.

하지만 우리는 알지 못하죠.

우리는 오래전에 자연의 언어를 잊어 먹었죠.

아니 욕심과 바꿔 버렸죠.


생은 자연과 같이 영원히 끝나지 않아요.

지금의 육신이 스러져도 다른 형태로

존재하게 되지요.

세상과 나는 하나죠.

세상은 내 마음속에 살아 있고

나는 세상 속에 살고 있죠.


세상을 긍정적으로 살지 말아요.

그냥 살아요.

바람처럼, 새처럼. 그렇게.


마음밭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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