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
삶의 여정에 형용사가 없어져 간다.
높고 원대한 꿈은 고유명사화시켜 놓고
하루하루 그 꿈을 향해 동사로 살아 가지만
우린 어느 때부터인가 형용사를 잊어간다.
형용사는 멋과 여유 그리고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낭만 품은 품사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데는
원대한 꿈이나, 대단한 행동을 요하지 않는다.
오직 무의미하게 흐르는 순간을
아름답게 볼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는
형용사적 태도가 필요할 뿐이다.
평범한 오늘을 "어느 멋진 날"로 바꿀 수 있는
그런 멋진 마음 말이다.
명사는 의미를 잃기 쉽고
동사는 지치기 쉽다.
무색, 무취, 무미의 물과 공기가
생명의 근간이 되듯이
의미 없어 보이는 일상이
삶의 근간이 된다.
그 일상을 특별한 무언가로 만들어주는
마술과도 같은 형용사적 태도를 갖자.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오늘 아침은
"그대에게 남은 생의 첫날이다."
그런 날에 합당한 형용사로 오늘을 채우자.
우린 늘 특별한 것을 원하고
나 스스로 그런 존재로 인정받고 싶어 하죠.
오늘이 특별한 날이었으면 좋겠고
내가 남에게 특별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겠고
내 인생이 특별함으로 가득 채워지기를 원하죠.
그런 마음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것이
우리가 이야기하는 "꿈"일 수 있고
그 꿈의 현실적인 목표가 직업인 경우가 대부분이죠.
과학자가 되거나 기업가가 되거나
교육자가 되거나 문학가가 되거나
이런 직업을 통해
자신의 수고와 노력과 헌신을 세상에 표하고
그 대가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정받고 싶어 하죠.
하지만 대부분은 이런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지루해하거나 힘들어하거나 괴로워하기도 하지요.
극단적인 경우엔 삶 자체를 포기해 버리기도 하지요.
왜일까요?
강요된 꿈이어서 그럴 수도 있겠고
거짓된 꿈이어서 그럴 수도 있겠죠.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꿈이 아닐 수 있고
꿈을 통해 세상에 가치를 내어 주기보다는
꿈을 수단으로 세상의 재물이나 권력을 얻기 원하기 때문이죠.
이런 사람들에게 일상은 아주 지루하거나 하찮아 보이기 쉽죠.
영광의 그날, 환희의 그날, 더 높은 그날에 중독되어
오늘을 힘겹고 지겹고 어렵게 보내는 습관이 베였기 때문이죠.
목표가 있는 멋진 명사
열심으로 노력하는 멋진 동사도 좋겠지만
그 명사와 동사와 동무하며
늘 나의 빈 마음 채워주는
곱디 고운 형용사적 삶이 그립습니다.
웃음 뭍은 추억 한 줌, 마음 나는 미소 하나
멋쩍은 사랑말 한마디, 수줍은 포옹 한번
이런 사소해 보이는 작은 형용 하나가
우리의 삶을 얼마나 특별하게 만드는지를
우리는 잊어가고 있지요.
더 힘들어지기 전에
더 건조해지기 전에
더 괴로워지기 전에
표현하고, 느껴 보아요.
인생의 아름다운 형용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