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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살자. 제발.

#194.

by 마음밭농부

가운데를 알려면 양 끝을 알아야 한다.

중심을 알려면 전체 무게를 알아야 한다.

생각이 변하고 만상이 변하는 세상에서

中道를 걷는다는 것은

말 그대로 道를 깨우친 사람만이 가능하다.

거기에 덧붙여 中道는 머무는 자리일 수 없다.

한쪽이 길어지면 중심은 변할 수밖에 없다.

하여 끊임없이 좌우 전체를 살펴

늘 새로운 중심 자리를 찾아야만 한다.

우도 좌도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나 쉽게도

좌우와 중도를 규정하고

그 속박된 상태에서 세상을 보고 재단하며 살아간다.

무언가 분별하기를 좋아하는 인간의 에고가 만든

걸작 중에 하나가 이념의 구분일 것이다.

분별은 비교를 낳고 계층을 만들며

갈등을 불러들이고 너와 나를 찢어 놓다

종국엔 스스로를 파멸의 길로 이끄는 불의 힘이 있다.

폭력, 살인, 전쟁 등과 같은 끔찍한 행동들의

바탕에는 분별이라는 마음이 도사리고 있다.

무언가 구분을 잘 하는 사람을 '똑똑하다'라고 한다.

그런 '똑똑한 사람' 중에 힘이나 배경이 좋은 사람이

정치를 하게 되는 게 요즘 세태가 되어 버렸다.

철학이 없고 中道가 무언지를 모르는

이념에만 속박된 사람이 정치를 하면 어떻게 되는지

우리는 똑똑히 보고 처절히 겪으며 살아내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선택은 늘

"괴물 중에서 잘나 보이는 괴물"을 뽑는 수준이다.

우리가 괴물로 변해버린 탓이다.

사람은 세상을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이 없다.

다만 "세상에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中道의 마음을 가진 깨우친 이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나부터 적당히 살아가려 노력해 볼 일이다.


보수다. 진보다. 좌다. 우다. 중간이다. 중도다.

우리는 참으로 쉽게 자신의 이념 포지션을 이야기하곤 하죠.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자신의 이념이 어디 즈음에 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는 듯합니다.


모두들 미워하고 타도해야 할 대상 구분을 위해

좌, 우를 구분하고 서로의 프레임을 굳건히 다져

끊임없이 갈등과 폭력과 슬픔 만을 양산하는

괴물들만이 가득한 세상으로 보인답니다.


사람들이 만들어내고 유지 발전시키는 시스템들을 살펴보면

사람들은 행복하게 살기를 포기한 듯해 보이기도 해요.


어느 문명에서든 계급이라는 것을 만들고

착취와 분열의 힘을 바탕으로 인간 내면의 아름다움을

문화화시키는 모순된 동물들이 우리 사람인 것 같아요.


이런 시스템 속에서는 소수의 사람만이 행복을 누릴 수 있고

다수의 사람들은 살아내어야만 하는 사회가 될 수밖에 없죠.

하지만 우리는 그런 시스템을 고치려 하기보다는

문명의 종말이 오기까지 끊임없이 그 상위 계급에 오르려

처절히 살아내다 고단한 생의 마지막을 유산으로 물려주죠.


어떤 상황을 극복하려면 무언가 탓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죠.

냉정한 눈으로 상황을 볼 수 있어야 하죠.

모두가 잘못된 결정을 해왔기 때문에 지금이 힘들겠죠?

"나는 잘하는데 남이 문제다!"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 사람이 가장 문제 있는 사람이며 마음에 병이든 사람이죠.


좌우 구분이나 해가며

한가히 싸움질이나 할 시기는 지나지 않았나요?

우리 "사회의 사춘기"는 이만큼이면 충분하지 않나요?


악마의 마음으로 세상을 보면 악마만 보이는 법이죠.

아직 마음에 증오를 불러일으키는 대상이 보인다면

당신은 이미 증오의 화신입니다.


中道의 뜻을 다시금 되새기고

깨우침을 얻고자 하는 가난한 마음이

우리네 차디 찬 가슴에 찾아들기를

간절히 간절히 기원하는 아침입니다.


마음밭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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