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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197.

by 마음밭농부

하늘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구름이 지나고, 태풍이 지나도

겨울이 지나고, 여름이 지나도

태양이 지나고, 별들이 지나도

하늘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마음은 하늘과 닮았다.

무언가 간절히 원할 때

마음 모아 하늘 향해 빈다.

빈다는 것은 비운다는 것.

마음을 하늘 같이 비울 때

간절히 바랬던 무언가 찾아든다.

지금이 힘들고 안타깝다면 비우라!

하늘마음을 덮었던 무언가 비우라!

욕심, 질투, 원망, 억울함 그 무엇이든

하늘에 맡기고 마음에 흔적을 지우라!

세상 모든 것은 빈 곳으로 모여든다.

빈 잔에 차 담기고

빈 땅에 물 흐르고

빈 가지에 새 앉듯이

세상은 빈 곳으로 모이고 흐른다.

시간도 빈 곳으로 흐른다.

오직 사람의 마음에만 빈 곳이 없다.

자신의 마음에 악취만 풍기는

"나"만 가득 채워 놓고서

애꿎은 삶만 괴롭히며 살아간다.


비로 온 대지를 적셔도 하늘은 젖지 않고

한 여름 태양에도 하늘은 타지 않고

까만 밤에도 하늘은 검게 물들지 않지요.

하여 계절을 담고, 시간을 담고, 공간을 담아도

하늘은 빈 공간으로 흐를 수 있어요.


사람의 마음은 하늘을 본떠서 만들어졌어요.

세상 모든 것을 담고도 여유로울 수 있게 만들어졌지요.

마음이 하늘과 같아지려면

흔적을 남기지 말아야 하지요.

하지만 사람들은 하루에도 오만 번도 넘게 오가는

감정들이 남긴 흔적들을 붙들고 살아가지요.

사랑과 미움, 시기와 질투, 쾌락과 고통...


감정은 나에게 찾아든 손님일 뿐이죠.

화가 일어났을 때 그 화를 잡으면

내 마음만 화상을 입게 되지요.


헌데도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아무 의미 없는

지나가는 감정을 붙잡고 희로애락의 노예가 되어

고통스러워하며 살아 내죠.


우리가 무언가 절박하게 원할 때

"빈다"는 표현을 쓰죠?

그 빈다는 것은 비운다는 뜻이에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마음속을 가득 채운

무언가를 하늘에 맡겨 버리고 마음을 비운다는 뜻이에요.


기도도 마찬가지죠.

내가 할 수 없는 일들을

어떤 대상에게 믿고 맡겨 버리고서는

빈 마음으로 삶을 간단한 가짐으로 살겠다는 뜻이죠.

그래서 무언가 빌고 나면 마음이 "가벼워"지는 거죠.


지금의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나요?

무언가 비우는 방향으로 사나요? 아님 반대인가요?

우리 스스로는 그 답을 알고 있죠.

끊임없는 비교를 통해 우리는 더 많은 것을 가지려 하죠.

스스로 걱정인형이 되어 세상 걱정은 모두 끌어들이고

세상 탐욕과 동무하며 살아가면서도

슬프고 힘들고 외롭고 고통스럽다며 투정 부리며 살죠.


내가 당연히 누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한번 찬찬히 살펴보면

삶이 감사함으로 충만해질 수 있을 거예요.


우린 물을 쉽게 마실 수도 있고

지붕이 있는 집이라는 곳에서 잘 수도 있고

굶어 죽지 않을 만큼의 음식을 섭취할 수도 있답니다.

거기다 문명화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도 있고

깨끗한 화장실도 사용할 수가 있어요.

거기다 핸드폰을 사용할 수 있다면

이미 전체 인류의 상위 30% 수준을 살고 있는 거예요.


좁은 땅에 너무 많은 사람이 모여 살아서

깨닫지 못하며 살아서 그렇겠지만

우리는 이미 남들이 누리지 못하는 것들을

당연한 듯이 누리며 풍족하게 살고 있지요.


왜 나는 아프리카에 태어나 굶어 죽지 않아야 할 운명인가?

왜 나만 잘 먹고 잘살아야 하는가?

이 물음에 명확히 대답할 자신이 없다면

결코 지금을 힘들어하거나 괴로워하지 말아요.


삶이 힘들 땐 비교의 마음 접고 비워 보아요.

하늘 보며

하늘처럼

그렇게.


마음밭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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