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에서 벗어난다는 것... #289.
빛은 고통을 통해 지선의 세상으로 이끌고
어둠은 쾌락을 통해 현실에 중독되게 한다.
빛은 섞이면 섞일수록 영롱히 빛나지만
색은 섞이면 섞일수록 어둡게 가라앉는다.
무릇 선은 선명히 아는 것이요
악은 까맣게 무지한 것이다.
나는 무지하다.
하여 악이다.
슬프게도 나만이
자신이 악임을 모른다.
농부는
오늘도 강퍅한 가슴 일궈
가녀린 마음 하나 심는다.
그리고 찾아든 겨울을
기도로 곧이 새운다.
그의 가슴에서 터져 나온 고해는
온 대지를 데우고도 뜨겁다.
신이시여...
저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이 조차
내 뜻대로 마시고
신의 뜻대로 하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