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속에 일체를 이룰 뿐이다. #368.
봄은 자신을 봄이라 설명하지 않고
꽃은 자신을 꽃이라 자랑하지 않듯
자연은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다.
이처럼 존재와 본성이 합일된 것들은
스스로를 대상화하여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나와 나 이외의 것을 구별하지 않는다.
오직 침묵 속에 전부와 일체를 이룰 뿐이다.
수십만의 철새들이 자리를 다투지 않고 날고
수백만의 물고기들이 부딪히지 않고 헤엄치듯
그들은 서로 연결되어 하나로 살아가고 있다.
우주의 모든 존재 중 오직 사람만이
끊임없이 자신을 대상화하고 증명하려 든다.
이처럼 사람이라는 존재는
존재와 본성의 합일을 이루지 못하고
분리에서 비롯된 공포와
혼자라는 불안에 중독되어
죄의식과 피해의식을 오가며
스스로를 불완전한 존재로 인식해 버렸다.
육신과 감정과 생각이라는
지독한 중독場을 극복하고 육신을 장악하여
내면 어느 곳에 잠들어 있는
영성을 깨울 수 있을 때
우리는 존재와 본성의 합일을 이룰 수 있다.
이것 하나 이루기 위해
영겁의 세월을 윤회하며 배우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이만큼, 진저리날만큼 '인간적'으로 살아봤으면
이제 충분하지 않을까?
부질없는 목숨 치장하려는
어리석은 미련일랑 내어 놓고
영원의 본성 찾아 길 떠나 볼 일이다.
앞서간 선각자들은 단호히 말했다.
"거기는 허상의 세상이다!"
"Come out my people!" 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