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자리를 탓하지 않는다

구 상 <꽃자리>

by 정희주

꽃자리

- 구 상-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나는 내가 지은 감옥 속에 갇혀 있다

너는 네가 만든 쇠사슬에 매여있다

그는 그가 엮은 동아줄에 엮여 있다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

그제사 세상이 바로 보이고

삶의 보람과 기쁨을 맛본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2023년 4월, 북촌 골목길에서 만난 꽃자리




우수를 처리하는 배수관 아래 아래 꽃이 었다.

처음 본 광경은 아니었을 텐데,

긴 겨울 동안 잊었던 걸까.

그 광경이 너무 놀라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식물은 물이 있는 곳이라면

벽이라도 하수구라도 자리를 튼다.

그리고 꽃을 피운다.


꽃은 자리를 탓하지 않는다.

꽃은 기어이 기어이 피어난다.

절박한 소망을 간절히 꽃 피운다.


과거가 만든 고통의 감옥에서 벗어나

몸을 칭칭 휘감는 통념의 세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익

우리 만나자.

꽃이 되고 나비가 되어 만나자.

그렇기 우리 서로를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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