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는 하셨나요?
오늘 식사 중에 아이들에게 집밥 중에 가장 생각나는 게 뭐냐고 물으니 '보리차'라고 하더군요. 우리 집 보리차는 정말 끝내 준다고요. 아마 제가 좀 더 노력해야 될 같아요. 저는 가장 생각나는 집밥은 단연코 해물탕이에요. 해물탕은, 손님을 대접할 때, 가족의 행사 때 그리고 감기에 걸렸을 때 먹는 음식이었어요. 중요한 사람을 대접하기 위해, 가족의 중요한 날을 축하하기 위해 그리고 몸이 허약해질 때 몸과 마음을 위로하기 위한 음식이었죠. 엄마는 몇 군데 해물탕 집을 다니고 나서야 그 맛을 재현해 내기 시작했던 걸로 기억해요. 신선한 해산물을 넣으면 그만인 음식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만들어 보면 물과 양념의 양 때문에 제맛이 나지 않더라고요. 아무튼 엄마의 해물탕은 정말 최고였어요.
제가 결혼을 한 이후로도 남편과 함께 집에 가는 날에는 엄마는 해물탕을 끓여 주셨어요. 뇌 병변 때문에 잘 걷지도 못하는 그 와중에서도 두 끼를 먹고 싸가도 될 정도의 양으로 해물탕 한솥을 준비해 놓으셨죠. 남편은 처가에 가면 보통은 씨암탉 잡아 준다고 하는데 우리 처가는 해물탕을 준다며 장인, 장모에게 볼멘소리를 할 정도였어요.
이후 엄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는 말씀하셨죠.
“이제 해물탕은 내가 끓여 주마”
아버지가 암 진단을 받기 전까지 우리는 계속 해물탕을 먹을 수 있었어요. 엄마의 맛 그대로 향긋한 바다 냄새, 짭조름한 간, 적당한 맵기에 밥을 말아먹으며 음식을 먹는 그 순간만은 우리 가족이 슬픔과 외로움을 잊는 듯했어요.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애정을 먹으며 자양분을 얻는 행위 같아요. 누군가의 사랑으로 지어진 밥을 온몸으로 소화시키며 삶을 지속하는 힘을 얻는 일 같아요. 지금도 해물탕을 먹으면 두 분과 함께 있었던 시간이 떠올라요.
허전한 뱃속을 음식으로 채우던 일, 사랑받고 싶은 욕구를 충족했던 그 시간, 소중한 사람으로 대접받은 느낌, 몸과 마음을 살찌우는 나의 소울 푸드였어요.
아버지는 어떤 반찬에 식사를 하셨나요? 제가 가는 날은 늘 국물이 있는 음식을 해 드리게 돼요. 갈치조림이나 닭볶음탕 같은 것들이요. 아니면 국 종류들. 치아가 좋지 않으시니 입맛이 더 없으시죠? 혼자 드시는 밥이 무슨 맛이겠어요. 저도 아이들 없는 집에 혼자 점심을 먹을 때면 '식사를 한다'가 아닌 '한 끼 때운다.'가 더 맞는 표현이더라고요. 저도 혼밥을 해 보니 알겠어요. 맛이 없어도, 흥이 없어도 이 한 끼 먹어야 내가 살아 내는구나. 먹는 것이 일이구나 하는 것이요.
아버지, 먹는 것도 일이더라고요.
맛이 없어도, 찬이 없어도 한 공기 뚝딱 비워내셔야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