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우리는 무엇을 사랑한 걸까?

후카세 마사히사 <From Window>

by 정희주

결혼에 대해 한 번도 후회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후회하는 대개는 "내가 바라는 사랑이 아니었어."라는 마음일 것이다. 결혼을 하고 나면 생각했던 이상과는 다른 현실이 펼쳐진다. 결혼은 이상에서 시작되지만, 결혼 생활은 실제 삶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상과 현실 사이의 크기가 크지 않아 고통이 덜할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두 개의 간극을 좁히며 거리를 조정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그리고 또 다른 이들은 도저히 맞출 수 없는 거리로 이별을 선택하기도 한다.


일본의 사진작가 후카세 마사히사(1934-2012)가 찍은 요코의 모습 속에서는 더는 거리를 좁힐 수 없었던 사랑의 한계를 여실이 보여준다. 후카세 마사히사는 요코를 1963년에 만나 1년 만에 결혼을 한다. 후카세 마사히사는 매력적인 요코의 모습을 많은 사진으로 남겼다. 특히 출근하는 요코의 모습을 1년간 지속적으로 촬영했고 그때 찍은 그녀의 모습을 1978년 발행된 사진집 <Yohko>에 <From Window> 시리즈로 실케 된다.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한 순간을 카메라에 담았지만, 이 사진들은 낭만적이라기보다는 애잔함으로 가득하다. 사진집이 출간된 시기가 요코와 이별한 후였기 때문이다.



후카세 마사히사는 아내가 출근할 때마다 2층 창문 위에서 사진을 찍는다. 요코는 카메라 너머로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를 바라보며 포즈를 취하기도 하고 장난을 치기도 한다. 또 어떤 날은 짜증을 내기도 하고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다. 처음에는 사진을 찍는 남자의 행동에 응답을 하는 것 같지만, 언제가부터 끝임없이 할 말이 있는 얼굴을 하고 있다.

"그만 찍어, 그럴 기분 아니야".

"계속 나를 그런 식으로 볼 거야?"

"진짜 나를 보라고!"


요코는 이별 후 "그는 렌즈를 통해서만 나를 바라봤어요."라고 말했다.

요코는 후카세 마사히사가 자신의 실제 모습이 아닌, 카메라 렌즈 속에 맺힌 '상(像)'을 사랑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녀는 자신을 뮤즈가 아닌, 한 사람으로 바라봐 주길 바랐다. 자신을 사진을 찍는 대상(피사체)이 아닌, 자신의 마음에 머물러 주길 바랐다. 자신을 창문 너머 멀찍이 관찰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옆에 서주길 바랬다.


흔한 사랑의 실수는 '내가 바라는 사랑'을 찾기 때문이다. '내가 바라는 사랑'은 일종의 이미지이다. 렌즈에 맺힌 상은 이미지일 뿐 실제 그 사람이 아니다. '사랑'에 대한 이미지를 쫓아 '사람'을 사랑할 수 없다. 카메라에 맺힌 이미지는 '소중한 한 사람'이 남긴 결과일 뿐이다.



후카세 마사히사와 요코의 이야기는 특별하지 않다. 함께 있어도 외로움을 느낀다면 우린 모두 그들과 같은 처지이다. 그럴듯한 '상'을 쫓아 실제 존재하는 '너'를 보지 못한 일이 얼마나 많았을까? 지난 시간 내가 사랑한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결혼을 하면 행복할 줄 알았다. 한 사람을 사랑해서 결혼한 것이 아니라 행복하기 위해 결혼했다가 더 정확한 말이다. 결혼이 행복을 만들어 줄줄 알았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이라는 '상'을 만들고 그 '상'을 붙잡기 위해 살았다. 내가 생각하는 '상'에 부합하는 것만이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행복의 ''을 정해놓고, 그 '상'을 쫒았다. 어리석은 시간들이다.


행복이나 사랑은 '너'를 위한 행위로써 남는 결과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

존재가 있기에 '상'이 남게 되는 것일 뿐, '상'을 위해 한 사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위해야 할 것은 사랑이나 행복이라고 이름 붙여진 '상'이 아니다. 오직 있는 그대로의 '너'를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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