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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달 안정현 May 10. 2016

두렵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마음달심리상담

"도깨비 문신. 그냥 그거면 될 것 같아요."


문신을 하는 것을  부모님은 완강히 반대하시겠지. 

너는 지금 이 순간을 도망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아.  

부모님의 잔소리가 싫다고 했어.

빨리 포기해버렸으면 좋겠다면서 몇 번의 가출, 도벽을 했지.


넌 예전에는 조용했던 아이라고 했어. 

그랬던  네가 중학생이 되어 갑자기 사나워졌다고 했지. 

네 엄마는 유순하게 엄마 말을 잘 따르던 아이가 날라리 같은 아이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변한 것 같다고 했어.  집에도 늦게 들어오고 수업도 듣지 않고. 심지어는 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보겠다고 했을 때 엄마는 좌절했지. 엄마의  목소리는 더욱 커져가고, 너 때문에 엄마는 죽겠다고 소리 지르기도 했고 때려도 봤다고 했어.


엄마는 내가  조금이라도 엇나갈까 걱정이었을 거야.  자주 부재중이던 아버지 때문에  아들만을 잘 키우고 싶었는지도 모르지. 그래서 네게 선택권을 주었다가 올바른 길로 가지 못할까 봐 불안했어. 그래서 학원, 학원, 학원을 열심히 다니게 했지. 어린 시절 아이 었던 너는 아무런 소리도 낼 수 없었어. 내 이야기를 해봤자 듣지 않을 것을 알기에.


넌 무엇 때문에 문신을 하고 싶은지 물었더니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어. 


시간이 흐른 후에 너는 문신을 새김으로서 더 이상 부모가 준 몸이 아닌 새로운 나로 변하고 싶다고 말했지.


청소년기에는 개별화라는 작업을 거쳐 가족을 벗어나 새로운 공동체에 소속감을 느끼기를 원해. 

너는 의존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독립하고 싶은 마음도 함께 있겠지. 그동안 무섭기만 했던 부모보다 키도 컸고 예전처럼 두렵지만은 않을 것이고. 오랜 시간 숨죽이고 있었던 내면의 분노가 차오르기 시작했어.


학교 선생님의 지적은 견딜 수가 없었지. 

선생님의 목소리에 예전에 부모가 소리 지르던 두려움이 떠오르기 시작했어. 

너는 충동적으로 화를 내고 학교를 뛰쳐나갔어. 

무서워서 불안해하던 아이는 이젠 무서운 도깨비가 되고 싶었던 걸지도 몰라.


생명의 탄생이 탯줄을 자르면서 시작되었듯이 청소년이 되면서 독립된 인격체로 신체적인 개별화 작업은 시작된다. 엄마에게 의지하던 것은 줄어들어가게 되지. 너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주장하는 경험을 해본 적이 없었고 예쓰만을 반복했는데 이제는 노우만을 말하네. 좋고 싫은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으니 말이야.


 도깨비 문신은 그저 네 안의 아이가 아직도 두려워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뿐일 수도 있어.

 약한 아이일수록 자기를 보호해야 된다고 생각해서 날카로운 칼들을 들고 다니기도 하더라.

아무도 너를 건드리지 못하게 그렇게 힘을 가지고 싶을 수도 있겠지. 

넌 두려웠으니까. 그래서 화를 내면서 힘이 세지고 싶었을 거야. 


도깨비가 되면 넌 강해질 수 있을까? 그러면 부모와 달라질 수 있을까?

그건 나도 모르겠어.

네가 달라지고 싶은 용기 때문에 계속해서 도망만 다니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언젠가 긴 방황이 끝나고 나면 말할 수 있을까.


네가 너무나 두려웠다고 미래가 두렵고 공부하기도 힘들고 무엇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몰라.

어쩌면 네가 그 약한 속내를 드러낼 때 진짜 강한 사람이 될지도 몰라.

 가장 약할 때 가장 강한 사람이 될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




제가 쓰고 있는 사례들은 fiction입니다. 

내담자 사례를 있는 그대는 쓰는 것은 상담심리학회 소속 상담심리전문가로서 윤리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이해를 돕고자 하는 사례들이니 오해 없기 바랍니다. 

상담은 반드시 비밀을 지키고 있습니다.



copyright 2016. 마음달 안정현 all rights reserved.                                   



13년 경력의 심리학회 상담 및 임상심리전문가로 마음달 심리상담 에서 상담하고 있습니다.
마음달이라는 필명으로 "나라도 내 편이 되어야 한다"를 출간했습니다.
"온전한 자신이 되고자 하는 이들과 함께합니다."
네이버 블로그,  티스토리,  브런치 에서 심리치료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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