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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달 안정현 Apr 20. 2016

부족한 나에게 토닥토닥

마음달 심리상담


 

"얘는 왜 이럴까요?" 부모는 마음이 답답하다. 아이들은 재판석에 앉은 피고인 마냥 보호자 옆에 고개를 떨어뜨린 채 앉아있다.

아이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과 말투.게다가 쨍쨍한 햇빛과 폭풍우가 몰아치는 날이 하루에도 여러 번 반복되는 감정의 변화에 부모는 당황한다.     

초등학교 때만 해도 말도 잘 듣고 귀여운 아이였는데.어느 날 갑자기 달라져버렸다.     

작은  꽃 봉우리가 활짝피기 전까지 어떤 시간이 흘러왔는지 우리는 모른다. 아이들이 예전과 다르게 변화하고 있었음을 부모는 눈치 채지 못했을 뿐이다.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하는 아이들 앞에 어른들은“왜 그러냐?”고 소리친다.     

사춘기. 아이에서 어른이 되기 위한 성장통의 시기.     

우리도  한때 십대였는데, 그 때의 기억을 잊어버렸다.

아니 그때를 기억해도 그 시절의 고통,가슴 설렘,눈물흘렸던 기억을 잊어버렸는지도 모른다

십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시절의 나를 기억하고 돌아가 봐야 한다.      


어린 아이는 그저 사랑스럽다.

사춘기가 시작된 아이를 이해하고 공감하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사랑에 빠지는 일은 무의식 중에 노력을 필요로 하지 않지만 사랑을 유지하는데는 노력이 요구된다.‘는 스캇 펙의 말처럼 말이다.

아이가 잘못되었다고 말하기 전에 이 아이를 이해하기 위한 시간을 들여야 한다.

또한 그 것이 어른인 내 안의 아직 자라지 않은 아이를 성장시키는 길일지도 모른다.


 사춘기 시절 나를 위안해주는 영화가 있었다.

Sara Perche Ti Amod 라는 음악으로 유명한 샤롯 갱스부르의 '귀여운 반항아'를 보며 묘한 동질감을 느꼈었다.

주인공이 아빠가 자고 있는 침대로 올라와 "아빠 사는게 힘든 것 같지 않아요?"라고 물어봤을 때, 나도 모르게 "그래, 나도 그래."라고 말하고 있었다.     


 로맨스 소설이나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화려한 미모의 소유자들이 나오는 하이틴 영화와도 달랐다. 샤롯의 세밀한 내면묘사를 보여주면서 그녀 안에 깊이 빠져들었다.      

십대에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고민은 많고, 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몰라서 답답했었다.

 상담실에 오는 아이들이 원하는 것도 십대의 나와 다르지 않다. 그저 내 마음을 좀 이해해주었으면 하는 것뿐이다.


 내가 그들을 이해하겠다고 아이돌 가수의 노래를 듣고 찾아보고, 유행하는 게임들을 찾아보고, 인기드라마를 같이 본다고 해도 나는 그들의 바깥세상 사람이다. 아이들은 자신의 세계를 이해하려고 애쓰는 나를 기특하게 받아줄 뿐이다.      

 

상담자인 내게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도대체 얼마나 문제가 있기에 상담실에 오는거죠?”라고 물어본다. 마치 박제동물처럼 과거의 삶에 묶인 문제덩어리처럼 말한다.     


 아이들은 문제를 직면했지만 멈춰있는 조화가 아니다. 생생하게 살아서 움직이고 말하고 지금 여기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서 잘 살아보려고 오는 것이다.  아이들은 성장한다. 그들이 상담자인 내게 의존해서 머물러 있게 하지 않고, 그들 스스로 해결방법을 찾아가게 한다. 상담실에서 어른들은 말로는 이해하는 것 같으나 자기만의 세계관이 곤고해버려서 변화가 느리다. 그러나 아이들은 찌푸둥한 표정으로 내말을 제대로 듣지도 않는 것 같으나 어느 순간 급속도로 변화한다.      


누에고치에서 나비로 변신하듯. 어느 찰나에. 그들의 성장일기. 그리고 그들의 고민을 통해서 생생한 변화 현장을 통해 십대를 이해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얘가 왜 이런지 모르겠다." 며 발을 동동 구르며 아이가 이상하다고 변했다고 탓하던 시간이 지나면서 부모는 아이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선생님, 아 그렇군요. 전 몰랐어요. "라고 한다.

 

아이의 잘못이 아니라 가족 간의 관계에서 생긴 문제증상이며 아이에게 필요한 성장통 이라는 것을 말이다. 처음에는 부모들의 행동양식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들의 부모가 아이를 보듯, 나는 그들의 부모를 그렇게 바라보았다. 어느 순간, 부모도 중년의 사춘기를 지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고등학교의무과정에 부모가 되는 교육 과정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같다. 부모는 그저 부모가 되기에는 미숙했다.           


 한 권의 매거진으로 청소년과 부모 모두 위로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한 아이가 상담을 마칠 때 보내준 쪽지에, '선생님, 저 처음에 까칠했죠. 그런데 선생님 같은 사람이 되고싶어요. 그래서 심리학을 전공하려구요.'      


아이가 심리학을 전공했는지 아니면 지금은 평범한 주부로 살아가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외로운 십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으로 위안이 되었을 것이다.

 나의 상담실이 따뜻한 불씨를 나눠주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copyright 2016. 심리학자 마음달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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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자 윤리 규정에 의해서 모든 사례는 fiction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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