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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달 안정현 Jan 18. 2016

난 아직 꿈이 없어

마음달 심리상담

 파파로티는 고교생이자 조직폭력배인 주인공 장호가 의지할 선생님을 만나 성악가로 어떻게 성장해 가는지 잘 보여주는 영화다.

“여기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이 누군 줄 아니?”

“바로 나야. 난 꿈이 없거든.”

 햄버거 집에 앉은 창수가 장호에게 한 말이다. 어른인 그는 조폭의 세계에 있는 사람이고 그렇게 인생이 끝날 것이라고 말한다. 익숙한 조직폭력배의 삶과 가능성만 있는 성악가의 삶 사이에서 헤매는 장호는 이제 선택해야 한다.


할머니와 단둘이 살아오던 장호는 할머니의 죽음 이후 혼자가 된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장호에게 조직폭력배의 세계에서 가족으로 맞아들여 준 것처럼, 밤을 어슬렁거리는 친구들이 그들을 맞이해주었다. 부모는 시간을 지키지 않는 아이들에게 화를 내게 되고, 집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니 어디에도 소속될 것이 없다. 나쁜 친구들을 만나서 잘못된 것이 아니라, 외로움이 싫어서 친구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음악교사 상진은 성악을 배우겠다는 장호를 만나게 된다. 어쩔 수 없이. 왜 내가 저런 애를 만나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가 오토바이 타고, 담배와 술에 찌든 냄새가 나고, 선생님한테 소리나 지르는 아이들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것처럼. 상진은 장호를 무시한다.


 상진과 장호가 소통하는 것은 짜장면을 먹으면서였다. 일차적 욕구인 먹는 것은 생명을 나누는 것이다. 그리고 소소한 대화들의 시작은 변화의 시작이다. 센 척, 강한 척하지 않아도 누군가와 친밀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 마음을 열어본 적도 없고 수용을 받아 본 적도 없는 아이들은 교훈이나 지적으로 바뀌지 않는다. 삶이 무질서한 아이들은 변화의 속도가 느리다. 그래도 믿어야 한다. 아직 아이의 삶의 미완성임을. 지금이 끝이 아님을.


 성장하기 위해서는 편안히 머물 수 있는 안전 기지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상진의 가족은 장호에게 secure base가 되어주었다. 그리고 가족의 따뜻함을 알게 된다. 집에서 상진의 처가 해주는 음식을 먹으면서 말이다. 

이솝우화에서 해님과 바람이 나그네의 옷을 벗기기 위해서 내기를 했을 때, 해님이 이긴 것처럼. 결국 내면의 따뜻함의 무뎌진 갑옷을 벗겨낸다. 소리를 치고 야단을 칠수록 아이들은 더욱 거칠어진다. 오히려 의지할만한 어른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장호가 성악가로서의 배움을 위해 이탈리아로 떠나기 전 머무를 장소가 있어야 했다. 이젠 그 누구도 아닌 독립된 인간이 되기 위해서 말이다. ‘대상 항상성’은 우리에게 필요하다. 엄마의 따뜻함과 지지와 격려를 받았던 경험이 충분한 이들은 엄마가 없어도 그 기억만으로도 안정과 만족감을 누릴 수 있다. 


 상진이 준 가족의 사랑은 장호를 성장시킨 것이다. 문제투성이의 아이들을 soothing 해주는 것에는 어른이 필요하다. 문제를 만든다고 다른 학교로 전학시키는 게 아니라. 아이의 문제행동에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도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주는 선생님은 아이의 변화의 일등 공신이다. 문제투성이의 아이들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버텨주는 선생님들은 존경스럽다. 자퇴나 전학을 권유하지 않고 힘겨운 아이들을 견뎌주는 담임선생님들을 만났다. 한 아이가 변화할 때는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상담보다 그 분들의 역할이 컸다.


 장호가 조직을 떠날 때는 포기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누구 앞에 나서는 권력, 폼난 자동차, 그리고 자신에게 고개를 숙이던 동생들을 두고 떠났다. 품행장애 아이들도 학교와 가족을 선택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함께 어울리던 친구들을 내려놓고, 친구들에게 힘 있는  척했던 모습도 포기해야 한다. 


 그 수많은 것을 내려놓고 다시 끔을 꾸고 한 발 내디딘 품행장애 아이들을 만나왔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는 아이들이 있다면 아직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학교로 직장으로 자퇴를 해서 다시 공부를 시작해서 사회로 나아갔다고. 


아직 꿈이 있다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말이다.



copyright 2016. 마음달 안정현 all rights reserved.                                   


13년 경력의 심리학회 상담 및 임상심리전문가로 마음달 심리상담 에서 상담하고 있습니다.
마음달이라는 필명으로 "나라도 내 편이 되어야 한다"를 출간했습니다.
"온전한 자신이 되고자 하는 이들과 함께합니다."
네이버 블로그,  티스토리,  브런치 에서 심리치료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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