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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달 안정현 Jan 15. 2016

이성에만 매달리는 청소년

마음달 심리상담

 “아이와 어른의 중간, 네가 잃은 것과 얻은 것을 둘 다 가지고 있으니까. 지금밖에 가질 수 없는, 그런 종류의 생명력이 저 아이에게는 있으니까.” -에쿠니 가오리의 ‘잡동사니’ 중에서    


 긴 속눈썹, 짙은 아이라이너, 살짝 투명하게 립글로스를 바른 입술, 가느다란 목선, 그리고 짧은 교복 치마를 입은 아이를 만났다. 예뻐서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아름답고 매력적인 소녀 하나였다. 다시 돌아오지 못할 소녀의 아름다움은 매혹적이었다. 언젠가 내가 가졌던 젊음을 가지고 있는 하나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반에 ‘걸레’라고 파다하게 퍼진 소문 때문이었다. 친구와 네크라인이 깊이 파인 옷을 입고 사진을 찍었는데, 이후 하나가 그렇고 그렇다는 소문이 퍼져버렸다. 


하나는 “전 남자 친구가 몇 번 바뀌었을 뿐이에요.”라고 했다. 남자 친구를 바뀌는 이유를 물어보니, “심심해서요.”라고 했다. 


 이때 남자 친구들의 관심은 너무나 고마운 것이었다. 하나는 남자 친구들에게 계속해서 사랑받고 싶었다. 그래서 염색도 하고 가끔은 저렴한 화장품 가게에서 화장품을 몰래 훔치기도 했다. 하나는 남자 친구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 예뻐지기를 더욱 노력해야만 했다.      


 사랑받고 싶은 욕망은 어릴 때부터 여자들의 내면에 씨앗으로 심겨 있는 것 같다. 놀이치료를 할 때 여자아이들은 공주로 변신해 “저 예뻐요?”라고 믿거나 애교를 보여준다. 반면 남자아이들은 “선생님, 나 잘하죠?” 라며 그의 능력 있음을 자랑한다.      


 소녀들은 어머니와의 경계가 없어 얽혀 있거나, 혹은 부모로부터 충분히 관심을 받지 못한다면, 결국 다른 누군가를 쫓게 된다. 하나는 그런 레옹처럼 자기를 지켜줄 기사님을 원했다.      


 어린 연인들의 기념일은 많다. 투투 데이, 화이트 데이, 백일 등등. 하나를 공주로 만들어주는 날들이었다. 하나를 좋아하는 남자 친구들은 부모를 졸라서 비싼 운동화를 사주기도 했다. 집에서 받을 수 없었던 사랑을 남자 친구에게 받아 매혹적인 여자가 된 것 같아서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십 대의 연애는  오래가기 힘들다. 남자 친구들은 그저 하나의 외모에만 관심이 있었다. 게다가 하나는 여자아이들과는 어떻게 놀아야 할지 모르니 남자 친구에게만 매달리기 시작했다. 남자 친구는 그렇게 예뻐 보였던 하나가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사랑이라는 물을 듬뿍 주던 남자 친구가 슬슬 멀어지는 것 같아서, 하나는 점점 시들시들해졌다. 그렇게 멀어질만할 때, 또 다른 남자 친구가 하나에게 관심을 가졌다. 그렇게 새로운 남자 친구를 사귀면서 여러 번 남자 친구가 바뀐 것이다. 여자아이들 보기에는 멋진 남학생들을 쉽게 남자 친구로 만드는 그녀가 얄미웠다.     


 하나는 사랑해주는 누군가가 필요했고, 그게 남자 친구였을 뿐이다. 


 야사시 한 옷이나 화장 말고도 음악을 통해서 주목받을 수 있는 일이 생겼다.


 하나는 이제 자기에게 누가 관심을 보이는지 그게 중요하지 않았다. 이제는 하나가 좋아하는 게 중요했다. 


이제 자기를 좋아한다고 쉽게 마음을 주지 않고 적절한 경계를 지을 수 있게 되었다. 

하나는 소문이 잠잠해졌다고 했으며, “이제 상담실 안 와도 될 거 같아요.”하면서 이별을 고했다.     

 

 하나는 남자 친구의 사랑을 원했다. 그러나 하나의 허기진 내면은 또래 남자 친구의 사랑으로는 완전히 채워질 수는 없었다. 그녀는 자신을 돌보기 시작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가면서 진짜 여자가 되어간 것이다.   

   

 그리고 다시 진짜 연애를 시작했다. 나만을 사랑해달라며 내 감정만 채우는 연애가 아니라, 남자 친구의 바람과 감정을 들을 수 있는 제대로 된 연애를 말이다.  

    

자신과의 연애가 제대로 된 후, 그렇게 누군가와의 사랑을 할 수 있는 하나가 되었다. 


<dancers in light blue 1882> Degas


 1870년부터 드가는 발레리나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당시의 발레리나나 모델들의 지위는 매춘을 할 정도로 낮은 지위였다고 한다 무대 위의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연습하는 동작이나 무대 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그들의 숨겨진 모습을 보여주는 드가의 그림은 사진을 찍는 것처럼 사실 그대로 그들을 그려내고 있다. 화려한 모습 뒤 조명이 꺼지고 난 후 그녀들의 진솔된 모습. 수많은 연습 뒤에 제대로 된 동작을 구연할 수 있듯이. 하나의 지나간 힘든 시간들도 하나 자신이 되기 위한 준비기간이었을 거라 생각된다


copyright 2016. 마음달 안정현 all rights reserved.                                   



13년 경력의 심리학회 상담 및 임상심리전문가로 마음달 심리상담 에서 상담하고 있습니다.
마음달이라는 필명으로 "나라도 내 편이 되어야 한다"를 출간했습니다.
"온전한 자신이 되고자 하는 이들과 함께합니다."
네이버 블로그,  티스토리,  브런치 에서 심리치료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모든 사례는 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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