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달심리상담
“언니, 베란다에서 아래를 바라보는데 꽃들이 나를 부르는 것 같더라니까.‘
대학원 시절 함께 놀이치료사를 했던 대학원 후배의 얘기다.
남편의 직장을 따라 살던 곳을 옮겼던 그녀는 아이가 두 명을 되자 하던 일을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되었다. 남편은 새벽이 되어서야 집에 왔고 혼자 집에 앉아서 육아를 하면서 점점 몸은 지쳐갔다고 했다. 아이의 발달 과정, 육아에 대한 지식을 배웠다 해도 막상 아이를 양육하는 것은 달랐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 놓고 늦은 식사를 하고 아래층을 내려다보는데 딱 떨어지고 싶었다고 했다.
그녀는 이러다가 큰 일이 날 것 같다는 생각에 만날 친구를 만들어야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아파트 내 인터넷 카페에 ‘5세 이하의 아동을 키우는 친구가 될 엄마를 구해요.’라고 글을 올렸다고 했다. 그때 대여셧명 정도의 사람들을 모았고 이후 세네 명의 모임이 지속되었다고 했다. 아이들을 유치원을 보내게 될 때는 남편 흉이나 시댁 흉도 보고 육아정보도 나누면서 수다를 떨었다고 했다. 그리고 가끔 일이라도 생기면 친구가 된 이들에게 도움을 받기도 했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 속 깊은 이야기까지 나누게 되었는데 다른 이웃들도 아주 가끔은 베란다로 뛰어들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했다.
육아를 위해서 직장을 그만두기도 하고, 후배처럼 아이를 키우면서 자의반 타의반에 의해서 일을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되기도 한다. 육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혼자가 된다는 고립감을 경험하기도 한다. 노동의 가치가 돈으로 환산되는 현실에서 전업주부로서의 프라이드를 갖기 힘들 때도 있다고 한다. 또 일을 오랫동안 그만두게 되면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기 힘들어서 재취업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아동 학회지 논문 첫 자녀 출산 후 취업모와 전업모의 양육스트레스 변화에서도 양육 스트레수 지수가 5점 만점에 전업주부 2.71, 워킹맘은 2.61로 나타났다고 한다.
외로움을 느끼지만 후배처럼 친한 친구나 전직장 동료를 거리상의 이유로 만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동네 엄마들과의 수다 모임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된다. 공동체와의 유대감을 느낌으로서 고립감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 페르세폴리스>의 원작자이기도 한 마르얀 샤트라피의 <바느질 수다>는 차도르로 몸을 가리고 살아야 하는 이란 여성들의 수다들이 녹아있다. 생산성 없는 깔깔거리는 수다 같아 보이지만 솔직한 그녀들의 연대감이 잘 녹아난 듯했다. 행복이라는 것이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함께 채워나갈 수 있을 때 시작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우울감과 외로움에 몸서리친다면 누구와 함께하는 수다도 도움이 될 것 같다.
copyright 2017. 심리학자 마음 달 all rights reserved.
안정현은 마음달 심리상담의 13년 경력의 심리학회 상담 심리 전문가 및 임상심리전문가입니다.
"두려움 너머 온전한 자신이 되고자 하는 이들과 함께합니다."
네이버, 티스토리, 브런치, 인스타그램 심리치료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