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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달 안정현 Jun 22. 2016

놀이치료의 동물 카드

마음달심리상담

놀이치료실 그림들을 따라 그림.@심리학자 마음달



네가 나랑 놀고 싶다고 이 동물놀이게임을 하나하나 만들어왔을 때 난 감동이었다.

함께 놀고 싶다는 말을 하다니.

너 기억나?

너는 누구와도 놀지 않겠다고 했던 아이자나.


너는 이곳저곳을 구경 다니면서 어디에도 관심을 두지 않던 아이였어.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아이. 친구도 없는 아이. 

게다가 무표정한 너를 보면서 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너는 나와 만날 수 있을까?


선생님은 너랑 놀이치료를 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이 되었어. 

초창기에는 청소년상담지원센터에서 아동, 청소년을 같이 만날 수 있었는데.

병원에 근무하면서 청소년, 성인 상담사 따로 놀이치료사 각자 할 일이 달라지더라.

그래서 말로 하는 상담을 주로 했지. 중학생부터 어른들을 주로 만났지.


아이들을  지속적으로 만나게 되었어.

슈퍼비전 해주시던 교수님께서 놀이치료를 하지 않겠냐고 연락이 오거나, 소개가 들어오거나 선생님이 종합심리검사를 하고 나서 아이들이 같이 해보고 싶다고 해서  아이들을 만나기도 했어. 예전에 선생님 방은 보드게임 몇 개밖에 없었거든. 그래서 예전에 배운 놀이나 미술치료를 같이 했었지. 보자기는 슈퍼맨 망토가 되고, 흰 종이는 보드게임 판이되고, 잡지는 찢어서 콜라주를 만들기도 했지. 사실 놀이를 하려면 뭐든 할 수가 있어.

어른들은 모르는데 불편한 감정이 해소되면 아이들은 성적이 오른단다. 학습태도도 달라지고 말이야. 


물론 지금은 놀이치료실이 있고 너랑 놀 수가 있게 되었어. 그런데 넌 나랑 놀지 않겠다고 했어.

꼭 함께 놀아야 놀이는 아니니까. 난 너와 함께 있기로 했지.

말 한마디 없이 이곳저곳 탐색만 하던 네가 모래놀이치료에 몰두하고 재미를 붙였지. 두르르르르 하며 모래에 구멍을 둟었고. 

그리고 모래놀이치료의 내용을 이야기도 해주었어.

네가 말해준 그 무수한 산들과 보물과 군인들과 적들의 이야기는 재미있었어.

네가 들려주는 시들도 그렇고. 

선생님의 선생님이 아이들은 자기만의 만다라를 찾아간다고 했는데. 정말 그렇더라.

그리고 이제는 같이 놀자고 하네.


 동물카드들. 너무 귀여웠어.

네가 그려온 카드의 점은 가는 방향을 말해준다고 했지.

앞에 있으면 앞으로 가고 뒤에 있으면 뒤로 간다고 말이야. 

그래, 가끔 인생이 막혀서 어디로 갈지  모를 때가 있을 때 그리고 그 점이 막혀있을 때 네가 점을 그려봐. 

그리고 혼돈스러울 때 가로 막힌 것을 뚫고 나가는 힘이 생기기를 바라.

시간이 지나서 이 카드들을 꼭 기억하기 바래. 

점 하나만 찍으면 넌 막힌 길을 갈 수 있을 거야. 


                                                                                          

"무엇이 우리를 가로막고 있을까?"라는 또 다른 질문 이리라. 즉 즉각적인 창조 작업은 깊숙한 내면에서 나온다. 이는 자기 자신의 순전한 모습이다. 우리가 표현해야 하는 것은 이미 우리 안에 존재한다. 결국 창조작업은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장애물을 걷고 갇혀 있는 무언가를 풀어주는 것이다.   

-놀이, 마르지 않는 창조의 샘 중에서                                    



*내담자의 보호를 위해서 사례는 수정을 거친 fiction입니다. 


copyright 2017. 심리학자 마음 달 all rights reserved. 

안정현은  마음달 심리상담의 13년 경력의 심리학회 상담 심리 전문가 및 임상심리전문가입니다.

"두려움 너머 온전한 자신이 되고자 하는 이들과 함께합니다."
 네이버티스토리브런치인스타그램 심리치료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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