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달심리상담
"원래 그런데, 그렇게들 살아요. 다들 그렇지 않나요?"
상담에서 내담자가 그렇게 사는 이유에 대해서 물어보면 이런 대답이 나온다.
글쎄...
다양한 집단의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각자의 생각들이 어찌나 다른지 놀라웠다. 보편성이라는 것은 내 입장에서의 보편성이지 타인의 입장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상담 초반청소년상담지원센터 소속으로 일하면서 가난, 알코올 중독으로 힘겨워하는 아이들의 세계가 낯설었다. 술, 담배 등의 비행적 행동은 그 무리에서는 흔한 일이었고 특별히 고쳐야 한다는 생각도 없었다. 아울러 가정폭력이나 욕설 등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우울감에 빠져 있는 경우도 많았다. 알코올 중독자 자녀들을 대상으로 할 때는 술은 집의 당연한 문화였다. 소년원이나 소녀원(지금은 학교로 명칭이 되어있다.)의 아이들의 일차적인 목표는 빨리 퇴소해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이후 강남 인근의 병원에서 일할 때는 아이들이 학원 6-7개를 다니는 것은 당연한 일상이었고, 공부를 잘해서 성공해야 하는 것이 목표인 아이들이 많았다. 성인상담이 많아지면서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을 보게 되었는데 각자의 직업에 따라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수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지만 우리는 이너써클의 집단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리고 그 끼리끼리 집단 내의 생각의 일반적인 표준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선입견이나 편견을 벗어던져버리고 다른 시각을 하는 것이 너무나 어렵다.
심리학 공부를 하면서 전이, 투사, 이상화, 평가절하 등의 낯선 언어들이 참으로 어색했다. 최근에 내담자 부모는 내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려달라고 했다. 내가 한 말은 아동이 PDD가 아닌 RAD인 것 같다는 말. 발달장애가 아닌 반응성 애착장애 같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비전공자가 듣기에는 완전 외계어다. (중 2도 알아들을 수 있는 이야기를 하자던 내가 심리학 전공자만 아는 언어를 구사했다. 내게 익숙한 언어가 상대에게는 어려운 언어일 수도 있다..)
심리 학회지: 상담 및 심리치료 이론의 상담전문가의 개업 경험과 소진에 대한 탐색적 연구-포커스 그룸 인터뷰를 중심으로(김영화, 강순화)를 읽고 있는데, 심리적인 소진을 줄이기 위해서 다양한 시각과 타인의 관점을 경험해보기도 하고 이러한 관점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경험을 함으로써 상담에 매몰되는 것을 방지하고 심리적 어려움을 분산시켜 소진을 극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나 또한 모든 것을 심리학으로 귀결시키지 않기 위해서, 몇 년 전부터 다른 직업을 가진 분들과 한 달에 한 번 고전 읽기를 하고, 다른 직업의 친구들과 교류를 하고 있다. 심리학이 모든 문제의 해결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고의 경직성을 벗어나 유연한 사고를 위해서 타인의 생각이나 사고가 어떠한지 바라보고 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타인이 내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무의식적 소망과 기대, 타인도 나와 비슷한 사고를 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관계에서 갈등이 생기는 것이 잦다.
여행을 가든, 동호회를 가든, 상담을 받던, 다른 집단에 참여하는 것도 좋고 타인과의 갈등이 생길 때는 질문을 해보며 알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꼭 내 생각, 내 집단만이 옳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일 때 사고의 유연성이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copyright 2016. 안정현 all rights reserved.
안정현은
마음달심리상담의 13년 경력의 심리학회 상담 심리 전문가 및 임상심리전문가입니다.
"두려움을 너머 온전한 자신이 되고자 하는 이들과 함께합니다."
네이버, 티스토리, 브런치 에서 심리치료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