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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야기도 책으로 써주세요!

마음달심리상담

by 마음달 안정현



몇 년 동안 장기로 상담하는 이들이 있다.

드디어 종결의 날이 다가오게 되었다.

내가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은 지인들에게 알렸지만 어디에 있는지는 거의 모른다.

귀차니즘이라서 sns도 거의 안 하고, 카톡도 안 하고, 아날로그형 인간을 지향하는 편이다.

물론 내담자들에게도 알려주지 않았다.(브런치 사이트를 보고 온 내담자들을 제외함)

상담을 종결할 때니 내담자들에게 책을 쓰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내담자분들 반가워하면서, 나오면 꼭 말해달라고 한다.

상담하기도 바쁜데 언제 책까지 냈냐고 묻는다.

자기 동네로 와서 상담실 열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웃었다.


그러면서,

"제 상담 이야기도 꼭 책으로 써주세요!"

난 귀를 의심했다.

-뭐라고요? 상담 내용을 알리겠다고요. 다른 사람들에게

"네, 진짜 원해요. 선생님이 책 한 권으로 내주세요."

내가 브런치에 쓰는 상담내용은 픽션이다. 내담자의 상담내용을 비밀로 지키는 것은 상담심리전문가의 윤리이다. 수련과정에서 내담자의 허락하에 공개사례 발표가 몇 번 있기는 했다. 상담심리학회에 가입된 전문가들의 모임이고 상담 성과를 위해서 필요한 과정이었다.


그러나 책은 완전히 자신의 삶이 알지도 못하는 이들에게 알려지는 것이다.

두 사람이나 책을 써달라고 하니, 고맙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상담실에 오는 것, 처음 비밀을 말할 때는 상당히 두려워했었는데 이제는 상담받는다고 지인에게도 이야기하고 다니는 것 보면 상담에 대한 두려움도 없어진 것 같다.


난 무엇보다 자신의 삶의 스토리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내담자들의 말이 반가웠다.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마음을 가졌다니 말이다.

최근 상담심리학회에서 이나미 선생님은 상담자는 헤르메스와 같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맞다. 우리는 헤르메스처럼 내담자들의 아름다운 이야기 같은 보물들, 감정들, 사실들, 지혜들을 훔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상담을 통해서 내담자뿐만 아니라 상담자도 많은 것을 얻는다.

우리의 삶 자체가 보물이다. 자신이 보잘것없다며 위축되어 있던 이들이 자신의 삶을 알릴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 것에 행복했다.


난 내담자들에게 소중한 선물을 받았다.



copyright 2016. 안정현 all rights reserved.


안정현은

마음달심리상담의 13년 경력의 심리학회 상담 심리 전문가 및 임상심리전문가입니다.

"두려움을 너머 온전한 자신이 되고자 하는 이들과 함께합니다."
네이버, 티스토리, 브런치 에서 심리치료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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