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달심리상담
"언니, 정말 신기하네? 우리 애가 웬만하여서는 낯선 사람한테 안 가는데. 언니가 집에 오고 나서 그 이모 언제 오냐고 묻더라."
-그래, 너희 딸이 소꿉놀이해달라 해서 해준 거밖에 없는데.
"워낙 낯을 가리는 애라 새로운 사람 만나는 거 싫어하거든. 희한하네."
한땐 난 내 안에 동네 아이들 전부를 사라지게 했다는 피리 부는 사나이의 피가 흐르는 건 아닌가 생각했다. 동네 꼬마들은 나와 헤어질 때가 되면 아쉬워했고, 어린 사촌동생들은 나와 더 놀겠다며 자기 집에서 자고 가라고 했다. 부모님은 유아교육과나 교대를 지원하는 게 어떠냐고 했지만, 학교는 회백색의 차가운 건물이 싫어서 싫다 했고, 유치원 교사가 되어 밝은 '솔'톤으로 아이들을 맞이하는 능력이 없어 포기했다. 지금도 아주 담백한 목소리로 '왔나?'하며 인사한다.
아이들과는 전혀 상관없는 전공을 선택했고, 잠시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한 것 빼고는 애들을 만날 일은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매년 해외봉사를 떠나게 되었다.
아이들은 유달리 몰려들었다. 코티드 부아르에서는 애들이 내 머리카락을 한 올 뽑으며 친구 맺자고 했다. 아프리카가 곱슬머리이기 때문에 내 머리가 직모라 탐냈을지도 모르겠다. 캄보디아에 도착한 유치원에서는, 한 꼬마 아이가 옷자락을 잡고 놓지를 않았는데 아침에는 3-4살짜리 애들이 손을 잡고 자기 반으로 가자고 했다. 티벳에서는 마을로 흩어져서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로 갔는데, 우물가에 있던 아이들이 내개 모여들기 시작했을 때 나는 무엇을 할지 몰라서 강강수월래를 했다.
내 눈높이가 아이들과 비슷해서 편안함을 느끼나? 아이들을 유혹하는 호르몬이라도 있나? 아이들은 낯선 내게 이러게도 쉽게 마음을 여는 걸까? 아이들이 내게 마음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하던 터에 이유가 쉽게 밝혀졌다.
여행을 다녀오니라 한주 못본 아이와 인사를 건네고 아무 말없이 치료실로 걸어갔다.
"선생님, 제가 그렇게 보고 싶었어요.ㅋㅋ 저도 선생님이 그리웠어요."
말은 없어도 내가 하는 아이를 향한 눈빛, 손길, 태도 등이 아이에게 온전히 전해졌던 것이다. 내가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이들이 그 사랑을 받기에 온 몸으로 느끼고 체험하고 있었던 것이 그 비밀이었던 것이다.
피리 부는 마술사처럼 아이들을 유혹할 무기도 없는 내가 쉽게 아이들과 친해진 것은 아이들을 바라보는 눈빛이었다. 자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없다.
아동이나 청소년을 상담을 하면서 처음에는 아이만을 탓하는 부모들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어느 순간 시간이 지나면서 그 어머니에게도 자신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여러 고 작은 아이가 숨겨져 있었던 것을 보게 되었다. 다친 마음들을 읽게 되면서 어느 순간 그들의 마음이 읽히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부모들이 자신의 개인상담을 요청하기 시작한 것은.
타인과의 관계가 힘들거나, 타인의 나를 싫어한다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 결국 자신이 타인을 싫어하는 몸짓을 드러낸다. 긴장되어 있어서 눈에 힘을 주고 있거나 상대를 째려보거나 말이다. 아울러 부부관계가 틀어져 버린 경우. 남편은 화를 내고, 아내는 눈을 흘겨보거나 째려보는 경우가 자주 발견된다. 관계가 좋아지고 싶다면 그건 말이 아니다. 그를 향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몸의 언어를 보여준다. 대화의 30%가 말이라면 70%는 몸짓으로 보여준다고 하지 않는가? 내가 더 나이가 들어가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서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줄어지면 아이들과 지금처럼 친해지는 시간이 줄어들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마음의 언어를 표현하는 것이다.
특별한 유혹의 기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상대를 좋아하는 마음이 먼저일 것이다.
copyright 2015. 마음달 안정현 all rights reserved.
안정현은 마음달 심리상담의 13년 경력의 심리학회 상담 심리 전문가 및 임상심리전문가입니다.
"두려움 너머 온전한 자신이 되고자 하는 이들과 함께합니다."
네이버, 티스토리, 브런치, 인스타그램 심리치료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메일: maumdal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