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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달 안정현 Sep 18. 2015

잉여인간으로 살 권리

마음달심리상담

 다리를 벌리고 삐딱하게 앉은 케이는 “샘 나, 잉여죠?”라고 한다.

빅뱅의 ‘루저’ 음악이 BGM으로 깔리는 듯하다. 

-LOSER 외톨이 센 척하는 겁쟁이

못된 양아치 거울 속에 넌

JUST A LOSER 외톨이 상처뿐인 머저리

더러운 쓰레기 거울 속에 난 I’M A LOSER

언제부턴가 난

사람들의 시선을 두려워만 해

우는 것조차 지겨워

웃어보지만 그 아무도 날 알아주질 않네 -


그렇다. 케이는 루저다. 그리고 잉여다. 이 음악을 처음 듣는 순간 녀석이 떠올랐을 정도로. 한때는 학교폭력 가해자였으며, 소주는 2-3병은 기본이고, 담배를 피운지는 이미 몇 년째이고 낮밤이 바뀌었으며, 선생님과 싸우더니 결국 학교를 그만둬버렸다. 잉여인간인 케이는 상담 시간도 오고 싶을 땐 오고 오기 싫으면 말아버린다.


한국을 썩었으며 대책이 없으며 외국으로 가야지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열변을 토하고, 학교의 불공평함에 대해서 욕을 했다. 이 불평불만으로 가득한 잉여인간의 끊임없는 하소연을 들으면서, ‘그래, 맞는 말하네.’ 라며 생각한다. 그래도 이 잉여인간은 핑크 플로이드의 ‘벽’ 뮤직비디오에서 한 줄로 선 아이들이 소시지가 돼서 나오는 것처럼 규격에 맞춰서 생산되는 아이는 아니니까.


난 학창 시절 선생님 말씀대로 따라가기 바빠서 방황이라 해봐야 청소 안 하고  톰 크루즈 영화를 보러 다니거나, 조례나 종례를 빠지는 정도로 삐딱선을 타 봤다. 그래서일까 순종적인 사람들보다는 하나님 말 안 듣다가 고래 뱃속에 들어가는 ‘요나’나, 지드래곤의 ‘삐딱하게’를 좋아한다. 그래서 방황을 하는 conduct disorder(CD)가 참 예쁘다 했더니, 10년 넘은 고시공부를 하다가 접고 법률사무소에 사무장으로 들어간 친구는 ‘네가 걔들이 저지른 일들을 제대로 안 봐서 그래.’라고 했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나야, 뭐 법적으로 판결을 내리는 사람도 아니고 개들 마음을 읽는 사람이니까. 그리고 언젠가는 방황을 할 만큼 하다 보면 지가 하고 싶은 것을 찾겠지라는 믿음이 있으니 말이다.


   청소년상담지원센타에서 근무할 때 아이들을 찾아서 아학교를 찾아가기도 했고, 집을 나가버려 일 년 넘게 메일을 보내기도 했었다.  고등학교때부터 문제를 일으키던 아이들이 변화한 적도 보았다.  소년원감찰프로그램으로 상담을 했던  전과 3범인 아이가 지금은 회사 잘 다닌다고 인사를 하러 왔던 적도 있고, 초등학교 때부터 선생님께 뺨 맞기가 일상이던 동창도 자퇴하고 뒤늦게 삼수끝에 대학을 가서 명문대대학원을 들어간 것을 보았다.


그래서 아직 다 만들어지지 않는 아이를 불량품이나 썩어버렸다고 말하기에는 이르다. 내 고등학교 담임 선생님들이 공부는 자기가 제일 잘했는데 돈 잘 버는 놈들은 놀던 놈들이라고 한탄하기를 반복했는데. 노는 것 밖에 하지 않던 잉여인간이 넘쳐 나는 에너지를 방향만 돌리면 뭐든 한다.


잉여인간인 케이는 ‘노는 게 이제 지겹다.’라고 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지만 공부 좀 해보겠단다. 노는 것도 돈이 많아야 하는데 이제 잉여 짓 하기가 지겹다고 한다. 녀석의 잉여의 기간은 조만간 끝날 지도 모르겠다. 녀석이 지난 시간들을 후회할지는 모르겠지만, 몸으로 부딪혀서 방황했던 날들이 녀석에게는 필요했을 것이다. 이 극심한 사춘기는 10대에 오던 40대에 오던 언젠가는 찾아올 테니까.


그리고 가끔은 누구나 잉여의 시간이 필요하다.

뒹굴거리기도 하고, 부딪혀보기도 하고, 타인이 원하는 모습이 아닌 나로 살 권리가 있으니까.


난화그리기-난 블랙 가끔은 화이트


copyright 2017. 심리학자 마음 달 all rights reserved. 

안정현은  마음달 심리상담의 13년 경력의 심리학회 상담 심리 전문가 및 임상심리전문가입니다.

"두려움 너머 온전한 자신이 되고자 하는 이들과 함께합니다."
 네이버티스토리브런치인스타그램 심리치료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모든 사례의 가상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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