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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달 안정현 Oct 17. 2015

품행장애아들과의 상담

마음달심리상담

#1

 “알아요? 나 방송 나왔는데.”

 우빈은 책상 위에서 팔꿈치를 대고 몸을 내쪽으로 기울여 미소를 지으며 나를 빤히 쳐다보며 말을 걸었다. 첫눈, 첫사랑, 첫 키스, 첫 만남 처음 시작한 모든 것은 특별한 의미로 남는다. 상담에서의 첫 면접도 그러하다. 상담자는 내담자와 관계를 형성해가면서 주호소문제, 상담 목표 등을 잘 탐색해간다. 소개팅이나 미팅에서 첫인상으로 만남을 유지할지 말지가 정해지듯이 우빈도 나를 관찰할 것이다. 아니다. 그는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보호감찰기간 남은 두 달 동안 1주일에 한번 총 8회기의 횟수를 채워야 한다. 저번 상담자에게 욕을 퍼붓고 상담이 종결되어 아무도 그를 맡으려고 하지 않았던 전적이 있다.


 내담자를 바라볼 때 eye contact의 여부와 옷차림이 어떠한지 살펴본다.  우빈의 한 쪽 눈썹 중간은 밀려있고, 셔츠를 찢어버리는 남자 아이돌처럼 한껏 근육이 나와 있다. 초가을이라고 해도 슬리퍼를 질질 끌고 운동복 차림에 짧게 깎은 머리에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있다. 한 밤 중에 내가 우빈과 골목에서 일대일로 마주친다면 놀랄 것 같다.


“뭐, 샘도 알려나, 제가 애들 좀 때리고 그러다 화나서 좀 때렸죠. 여하튼 상담 잘 받아야 해요. 소년원은 다시 안 갈 거예요. 정말 갑갑해서 죽는 줄 알았어요.”


 어린 시절부터 남자 아이들은 공격적인 몸싸움을 하는 것이 필요한데, 남성의 총이나 칼싸움 등의 경쟁적인 놀이가 사라졌다. 성취감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컴퓨터 게임이 유일한 경우가 많다. 게임에 몰두하거나 학습에 대해서 관심이 없는 아이들은 학교나 부모에게 지속적으로 야단을 맞게 되면서 학습에 관심이 저하되고 과격한 행동에 더욱 몰두하게 된다. 반사회적, 공격적, 도전적 행위를 반복적으로 하는 품행장애아들은 위협적인 행위를 반복한다. 십대 남자 아이들은 공격적인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왕성하게 분비가 되는데 아이들은 목적 없이 충동적으로 행동하며 외부로 향한 적개심을 드러낸다. 위협적인 행동을 하면서 쾌락을 느끼는 도파민의 수치는 높아지고 다시 또 위험한 행동을 반복한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책임을 지려하지 않고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통계청에서도 2012년도 소년원 재범이 12%로 성인재범률 4.1%보다 3배 가까이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항아들과 지내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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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사람과 잘 지내려면 가끔은 자신의 감정을 숨길 줄도 알아야 한다. 갈등 상황에 대해서 화가 난다며 코뿔소처럼 돌진하는 어디든 공격성을 드러내는 아이들은 학교에서 문제아로 간주된다. 학교의 문제아로 찍힌 순간부터 아이는 다른 사람과 마찰을 일으키는 것으로 소문이 나버린다. 반항적인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타인과 어떻게 소통하는지 모르는 아이들은 도덕과 윤리라고는 좀처럼 모르는 것 같다.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첫 번째, 분노하는 아이들과 싸우지 말아야 한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무절제한 생활방식을 고쳐주고 싶은 욕구가 올라온다. 반항심 많은 아이에게 조언을 해봤자 어른들의 시도를 자신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인식한다. 자기가 잘못해놓고도 옳다고 우기거나 충동적인 모습을 보이는 아이들을 보면 어른들도 참으로 화가 난다. 아이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니 쉽게 단정 지으며 어른들이 하고 싶은 말만 하며 싸우게 된다. 이때 십대아이들은 어른이 자신을 공격한다고 생각하며 끝까지 고집을 피우게 된다. 십대는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주장하려고 하고, 어른들은 아이들의 잘못된 생각을 변화시켜서 사과를 받아내고자 한다. 어른과 아이 모두 상대의 말을 듣고자 하는 두 개의 귀는 없고 서로 입만 남아있는 것이다. 감정 통제가 되지 않는 아이와 싸워 받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제한은 두지만 십대를 설득시키려고 하는 것은 잠시 보류해야 한다.


두 번째, 어른들은 아이의 분노가 어느 정도 가라앉으면 아이의 행동에 대해 적절한 조언을 한다. 분노가 잠잠해지고 나면 아이들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우선 시간을 가지고 어른들이 아이들의 말을 먼저 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2

" 선생님 손 진짜 작다. 선생님 한 번 손 크기  비교할 수 있어요? “

"그러고 보니 선생님 키도 나보다 진짜 작네. “

  비행 청소년들에게는 정서적 유대감의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제시간에 오지도 않고 C8이 입에 붙은 우빈을 보면서 충고나 조언을 바로 하고 싶은 것을 참고 기다렸다.  온몸에 가시가 솟은 것 같은 아이의 속내가 드러날 때까지 우빈 이를 기다려주었다. 상담시간을 지킬 것, 상담시간에 욕을 하지 말 것등 기본적인 태도를 습득하지 못한 아이에게 사회적 기술을 훈련시켜 가는 것이다. 과거에 주먹을 좀 날렸다고 자랑하던 우빈이 지금 여기에 있는 치료사에게 관심을 가졌다. 과거의 자랑이 아니라 현재 이 곳에서의 대화를 시작한 것이다. 내 손과 우빈의 손 크기를 비교하니 어른과 아이의 손 같았다.


"좋겠다. 키가 커서 말야. 선생님은 우유도 먹고, 운동도 했는데 너처럼 커지지가 않더라고. 넌 노력해도 안되는 거 없니?"

"많아요. 공부요. 해도 해도 안되더라고요. 뭔 말인지 못 알아듣겠어요.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너, 운동은 좀 한다며? 전에 운동부 한 적도 있다고 하였잖아."

"제가 잘 할 수는 있을지. 그냥 지금은 소년원에 다시 들어가고 싶지 않다. 그 바람 밖에는 없어요. 엄마 혼자 돈 버시는데 언제까지 이러고 다닐 수도 없고요."

"엄마한테 미안해하는 네 마음 엄마는 알까?"

" 모르겠어요. 엄마가 너 왜 그러냐고 하면 그냥 엄마한테 미안한 마음에 욱하고 화를 내요. 저는 사실 참 미안하기도 한데 그래요."

"미안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겠구나. 미안하다고 말한다면.'

"아, 그런 거는 쪼옴 그래요."

" 그런데 네가 화내면 진짜 무섭겠다. 너 저번 선생님한테도 욕했다고 해서 나 좀 긴장했다. “

"아, 그 샘이 늦었다고 뭐라고 하길래. 나도 모르게 화가 나서. 어른한테 욕한 거는 잘못하긴 한 거 같아요. "


반항아들에게 든든한 지지대가 되어주는 것


  아이들의 행동에 제한은 두는 것은 필요하다. 친구를 때리고 불법적인 행동을 한 것에 대해서 벌을 받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혹독하게 아이들을 다룬다고 변화하지는 않는다. 타인으로부터 소중하게 대접받는 경험은 정신건강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내가 귀중한 사람이라고 경험되면 외부로 향했던 분노에너지들이 어느 순간에는 현실에서의 삶의 에너지로 돌릴 수 있다. 아이들이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고 간혹 어른들이 보기에도 무섭다. 아이들이 무리로 다닐 때는 거친 모습이지만 실제 상담실에서 일대일로 만나면 고작 십대의 어린 아이다. 


 루루의 주제가로 유명한 1967년  "to Sir, with  Love"로부터 한국영화 파파로티까지 문제아들이 변화되는 계기는 그들을 버텨주는 남자 선생님이  있다는 것이다. 반항적인 행동에 선생님들도 당황하고 두려워하기도 하지만, 방향을 잃고 있는 아이에게 야단을 치기도 하고 단호하게 행동해 그들에게 든든한 지지대가 되어 준다. 요즈음은 friendly 한 아빠가 유행이지만, 십대에는, 든든하게 지지해주는 귄위자가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상담을 할 때 아버지가 권위적인 대상이 되어주지 못한다면 아이들에게 보호자가 지침이 돼줄 수 있는 남자 어른, 친척, 지도자들을 찾도록 권유한다. 남자 아이들은 독립적이고 훈련될 수 있으며 삶을 스스로 개척해나갈 수 있는 능력을 배울 사람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제아를 끝까지 책임지고 지지해주는 선생님이 계셨는데, 잦은 사고로 퇴학당할 위기에 처한 아이를 위해서  화를 다스리도록 도와준 선생님 덕분에 무사히 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던 아이도 있었다.

아이들에겐 든든한 지지대가 되어줄 권위자를 찾아야 한다.


 #3

"샘, 저 머리가 안되나 봐요. 못 따라가겠어요."

우빈은 상담이 끝날 즈음 학교에 복학하면서 체육교사를 찾아갔고, 그분께 도움을 요청했다. 대학에 특기생으로 진학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랜 기간 학업공부를 게을리한 탓인지 이론과목은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다. 그 뒤로 연락이 끊어졌고 몇 년이 지나 치료실에 우빈이 찾아왔다.

"선생님, 저 일 다녀요."

"진짜, 무슨 일?"

"제가 몸은 되잖아요. 그래서 몸 쓰는 일인데요. 저 소년원 다녀온 거  지워지더라고요. 저 이제 주임이예요. 벌써 3년 되었어요."

"정말, 학교는 그렇게 잘도 빠지더니. 회사는 열심히 다녔구나."

"사실 어쩔 때는 어려운 말 팀장님이 하면 못 알아먹어요. 뭐. 그래도 저 월급 받는 대로 엄마다 드리고 용돈 받아서 저축도 좀 했어요."


 우빈이 소식을 전해주어 작은 희망을 갖게 되었다. 문제행동이 심각해져서 뒤늦게 상담실에 찾아온 품행장애아들의 경우, 자기 훈련이 되어있지 않아 상담을 지속적으로 진행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상담실에서 큰 변화가 보이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자기 길을 찾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아이들의 행동이 가끔은 괴롭고 화가 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내가 만나는 그 순간만큼은 든든한 지지대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copyright 2017. 심리학자 마음 달 all rights reserved.

 

안정현은  마음달 심리상담의 13년 경력의 심리학회 상담 심리 전문가 및 임상심리전문가입니다.

"두려움 너머 온전한 자신이 되고자 하는 이들과 함께합니다."
 네이버티스토리브런치인스타그램 심리치료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모든 사례는 가상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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