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달 심리상담
13년 정도 테이블은 나의 생계 지였고, 또한 새로운 만남의 장소였다.
상담심리사인 나는 테이블을 두고 사람들을 만나고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눈물을 보고 시간이 지나서 헤어진다.
테이블 영화를 보면서 하나의 단편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네 개의 에피소드는 충분히 흥미로왔다. 우리는 그들을 윈도를 통해서 지켜본다. 몰래 다른 사람의 만남을 훔쳐보는 것처럼. 상담실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오는지 수없는 질문을 받는다. 나는 비밀을 지며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기는 힘들지만 타인의 이야기는 어떤지 알고 싶어 한다. 감독은 그들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들의 옷차림과 태도, 대화를 듣고 귀를 기울여서 그들에게 집중해야 한다. 인물에 포커스 된 카메라를 따라가도 될 만큼 출연진들의 연기는 반짝거렸고 영상미는 충분히 아름다웠다.
# 만났지만 더 이상 만나지 못하는 커플
여자는 카페를 들어섰고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무장했다. 카페에 오면서 설레던 감정은 점점 무시되어 간다. 여자가 앞에 있는데 남자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통해 들은 이야기들을 늘어놓는다. 그는 과거의 그녀와 현재의 그녀의 간격을 이야기한다. 눈과 눈을 맞추고 지금 이 사람과 호흡해야 하는데 이야기는 다른 곳으로 가고 있다. 만난다는 것은 지금 여기에서 함께 접촉한다는 것. 남자는 지금 이 시간에 머물러야 한다는 것을 잊어버린다. 남자는 여자를 자신의 위치를 올려주는 하나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대로 사람으로 인정받지 못할 때,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이렇게 끝나버릴 때 그저 씁쓸함만을 남긴다. 피천득의 에세이 <인연>의 아사코처럼 그들은 차라리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
# 이제 다시 시작하려는 커플
"우린 아직 서로 모르잖아요." 이 말에 함축된 의미는 남자는 이제 시작해보자는 것이고, 여자는 자신을 밀어내는 것으로 생각한다. 잊혀진 여자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에 그녀는 마음이 아팠을 것이다. 짧은 만남이지만 그녀는 그를 계속해서 기억했을 것이다. 그도 그를 기억했다는 것을 다시 알게 된 것은 그가 꺼낸 손목시계였다. 각 도시에서 구입했다는 선물들이 가방에서 나왔을 때 미소가 흘러나왔다. 그에겐 연락할 수 없는 수많은 이유가 있었다.
영화를 보면서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사람, 소중한 사람이 된다는 기분은 설렘을 안겼다. 고슴도치처럼 가시 돋친 말로 그를 상처 주고 자신을 보호하려고 해도 그녀는 그를 좋아한 것이다. 시계 하나에 그렇게 밝은 미소를 보였으니 말이다. 상처받을까 봐 누군가에게 거절당할까 봐 두려워서 그녀처럼 가시를 세우고 있다면 잠시 긴장감을 내려놔도 좋다. 당신이 서둘러서 피하는 바람에 그 누군가가 당신에게 주고 싶은 선물을 받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 만남이 주는 선물을 피하지 말기를.
#거짓 안의 진실이 숨겨진 그녀들
"참 잘했어요." 부인의 말에 그녀는 그렇게 대답한다. 부인은 잠시나마 그녀를 축복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녀는 부인에게 마음이 흔들리지만 고맙다는 말이 아닌 참 잘했다는 말을 한다. 그저 돈과 돈의 만남이니까.
상담실에서 내담자들은 처음부터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누구나 자신을 가리고 싶은 치부가 있다. 상담사를 온전히 신뢰할 때 아픔도 이야기할 수 있다. 그래서 상담 시작부터 상담사는 내담자의 말을 껴맞추어서 하나하나의 퍼즐을 맞춰야 한다. 그 사람을 온전히 볼 수 있도록. 두 사람이 무슨 관계인지 맞춰가면서 그들은 거짓의 관계임을 알게 되었다. 돈으로 엮어있고 사기로 삶을 살아온 누군가에게도 찰나의 진실이 숨겨져 있다. 누구에게나 빛과 그림자는 공존해 있으니까 말이다.
#완전히 끝나버린 커플의 마지막 만남
말로는 그에게 돌아가겠다고 해도 그녀는 그럴 생각이 없다. 그녀는 너무나 유혹적이다. 그녀는 버리고 싶지 않다. 풍족한 재산을 가진 삶과 좋은 직업의 남편을. 그와 함께 하겠다고 하지만 그가 허락하면 언제든 버릴 것 같다.
이미 완전히 끝나버린 관계인데 여자는 남자에게 연락을 한 것 같다. 남자는 안된다고 하면서도 한밤중에 카페로 나와서 기다리고 있다. 모든 것을 다 보여줄 듯, 가까워질 듯 하지만 자신은 조금도 손해 볼 생각이 없는 그녀. 그는 흔들리지 않겠다고 하지만 이미 그의 눈빛은 흔들리고 있다. 어찌 보면 친밀한 관계는 어느 정도 내편에서의 손해를 감수하고서도 만나야 한다. 아무것도 그에게 줄 생각이 없는 그녀와의 만남은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그녀의 세계는 견고하기 때문이다.
영화가 끝나고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잡동사니가 떠올랐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을 세밀하게 보는 감독의 시선에서 따뜻함을 느꼈다. 김종관 감독의 영화 최악의 하루를 찾아봐야겠다.
안정현(심리학자 마음달)의 별점 <더 테이블> ☆★★★★
copyright 2017. 마음달 안정현 all rights reserved.
안정현은 마음달 심리상담의 13년 경력의 심리학회 상담 심리 전문가 및 임상심리전문가입니다.
"두려움 너머 온전한 자신이 되고자 하는 이들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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